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79) - 백신 접종 후 난생 처음 링거주사를 맞다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79) - 백신 접종 후 난생 처음 링거주사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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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16 08:46
  • 업데이트 2021.08.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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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 후 몸에 힘 빠져 링거주사 맞음
쌍계사버스정류장부터 도로에 인도 없어
집 올라가는 돌담 좁아 위쪽 일부 깎아냄

지난 6월 1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고 며칠간 몸에 힘이 빠져 부작용 중의 하나일 거라 생각하고 지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몸에 힘이 없어졌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마을 할머니들은 볼 때마다 “왜 그리 힘이 없소?”라고 물어보셨다. 종일 누워있어야 되고, 걸음을 걷는 게 곤란했다.

누워있으면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 “아, 이렇게 죽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많이 먹으면 괜찮을까 싶어 당뇨가 있지만 이것저것 음식을 억지로라도 계속 먹었다. 병원에 정기적으로 당뇨 검사를 하고 약을 타 복용하는 상황이다. 병원에 가서 당화혈색소 검사를 하니 아니다 다를까 수치가 엄청 올랐다. 그래도 몸에 워낙 힘이 없으니 음식을 많이 먹지 않을 수 없었다.

화개버스공용터미널 앞에 있는 보덕의원에서 링거주사를 맞고 있는 필자.
화개버스공용터미널 앞에 있는 보덕의원에서 링거주사를 맞고 있는 필자.

그러다보니 안 나오던 배가 불룩 나왔다. 그런데 지인이 “링거를 맞아보라”고 해 12일 오후에 화개공용터미널 앞에 있는 보덕의원에 가 링거주사를 맞았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렇게 링거를 맞아보기는 처음이었다. 2시간가량 걸려 링거를 맞고 나니 몸에 힘이 조금 오른 것 같았다.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진작 맞았으면 그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를 맞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왔다. 쌍계사 정류장까지 가는 버스가 오후 4시20분에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터미널 앞에 서성거렸다. 김밥 등을 파는 ‘윤슬’이라는 가게 벽에 지난해 여름에 수해가 났을 때 모습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 가게가 물에 잠겨 지붕만 보이는 사진이었다. 가게는 저 아래 계곡에서는 한참이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화개공영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가게 윤슬이 지난해 여름 수해에 지붕만 남은 모습. 윤슬 벽에 사진으로 붙어 있다.
화개공용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가게 윤슬이 지난해 여름 수해에 지붕만 남은 모습. 윤슬 벽에 사진으로 붙어 있다. 사진=조해훈

그러는 사이 버스가 와 탔다, 하동에서 오는 버스였는데, 쌍계사 버스정류장까지만 간다. 신흥이나 의신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필자의 동네인 목압마을 다리 앞에 내린다. 버스가 종점인 쌍계사 정류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목압다리 앞까지는 인도가 없다. 굽이진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므로 낮에도 위험하다. 최대한 도로 가에 붙어 걷다가 뒤쪽에서 차가 급하게 오면 잠시 멈추어 선다. 위험해서다.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 필자는 “군청에서 좁게라도 인도를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늘 한다. 알다시피 화개골은 십리 벚꽃길과 녹차 등을 비롯해 조계종 13교구 본사인 쌍계사와 초의선사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칠불사 등 관광거리가 많아 1년 내내 관광객들이 찾는 전국적인 관광지이다. 그러다보니 펜션과 민박집도 많고 켄싱턴리조트 등 큰 숙박업소가 있어 숙박을 하는 외지인들이 많다. 하지만 쌍계사 위쪽부터 도로에 인도가 없다. 필자가 도로를 따라 산책을 하다보면 역시 산책을 하는 관광객들이 “어찌 이런 관광지에 인도가 없어? 군청에서는 뭣하나!”라는 볼 멘 소리를 하며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쌍계사버스정류장 모습. 필자가 타고 온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쌍계사버스정류장 모습. 필자가 타고 온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류장에서 집까지는 계곡 가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가는 도중 도로 오른쪽에 있는 쌍계한의원이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문을 열지 않는다. 이 쌍계한의원 원장님은 열정이 많으신 분이었다. 원장님이 중심이 돼 펴낸 두툼한 『동의보감』 책도 한 권 얻기도 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목압다리 가까이 오니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올여름은 비가 오지 않고 워낙 가물어 계곡의 물이 조금밖에 흐르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을 듯 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피서 기간이 조금 지난 듯 해 물이 차갑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건너니 용운민박 할머니께서 평상 위에 앉아 깻잎을 다듬고 계셨다. 평상은 큰 나무 그늘 아래에 있다. 할머니는 “25년 전에 우리가 심은 나무”라고 말씀하셨다. 평상에 앉아 잠시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아이, 집에 또 무슨 공사를 그리 하요?”라고 물으셨다. 필자는 “집안 위쪽 돌담을 좀 깎아 내었습니다. 마당에 올라갔던 차들이 내려올 때 전부 돌담에 긁혀서요”라고 답했다.

쌍계사버스정류장에서 도로를 따라 목압다리쪽으로 가면서 바라본 계곡과 필자가 사는 목압마을. 비가 내리지 않아 계곡 물이 거의 없다.
쌍계사버스정류장에서 도로를 따라 목압다리쪽으로 가면서 바라본 계곡과 필자가 사는 목압마을. 비가 내리지 않아 계곡 물이 거의 없다. 사진=조해훈

집에 올라가니 청산민박 이승우(81) 할아버지께서 마당의 돌담에 붙은 텃밭에 돌 작업을 하고 계셨다. 필자는 요즘 허리도 계속 좋지 않아 병원에 가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양쪽 손목도 아파 물건을 들지도 못한다. 이승우 할아버지께서 돌담을 쌓으셨기 때문에 작업을 해주시는 것이다. 아래채 화장실 공사와 본채 부엌 및 화장실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피곤해 방에 들어와 누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기운이 없어 일어나질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링거를 맞아서인지 몸이 가라앉는 게 덜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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