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82) - 목압서사 8월의 마지막 인문학 특강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82) - 목압서사 8월의 마지막 인문학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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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1 11:20
  • 업데이트 2021.09.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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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밤9시부터 자정까지 공부
청계 6개월 넘게 한 번도 결석 없어
주제 '조의제문과 무오사화, 사림파'

2021년 8월 30일(월요일) 밤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이 변함없이 열렸다. 8월의 마지막 공부다.

여전히 비가 찔끔거렸다. 지난여름에는 그렇게도 가물더니 8월 중순부터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게 예전과는 다르다. 요즘은 아열대지방의 스콜처럼 쫙 퍼붓다가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친다. 이상기후 탓인지도 모르겠다.

청계 송승화는 오후 8시 넘어 일을 마쳐 늦을 거라고 연락이 왔다. 그는 며칠 전 하동녹차연구소 옆에 개업한 화개농협의 주유소 일로 많이 바쁘다. 그는 농협 주유소 소장이다.

밤 9시 가까이 되어서 목압서사로 왔다. 목압서사 뒤에 거처하시는 만곡 선생님은 몸을 다치시어 참석이 어렵겠다고 하셨다. 다음 주에 오시겠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늦어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 제35차 인문학 특강의 주제는 ‘조의제문(弔義帝文)과 무오사화, 그리고 사림파의 몰락’이었다. 준비한 자료를 청계에게 주면서 소리 내어 천천히 읽으라고 했다. 읽는 중간 중간에 추가설명을 해줬다. 무오사화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업 도중에 간간이 설명을 해준 적이 있다. 청계도 사학과 출신이어서 기본적으로는 무오사화 뿐 아니라 4대 사화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이날 아침 자에 국제신문에 연재하는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02회에서 <무오사화 발단이 된 김종직 ‘조의제문(弔義帝文)’> 주제의 글을 실었다. ‘조의제문’ 앞부분 내용을 원문과 함께 게재한 것을 계기로 이날 인문학 특강 주제를 잡았다. 물론 국제신문 글은 지면의 제한이 있어 많은 내용을 싣지 못했지만 인문학 특강에서는 더 확장해서 공부를 했다. 문장 해석 공부도 한다. 구두와 표점에 대해서도 조금씩 설명을 해준다.

2021년 8월의 마지막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35)이 30일 밤 9시부터 진행되고 있다. 왼쪽이 청계 송승화 선생. 만곡 선생님은 몸을 다쳐 이날 수업에 불참하셨다.
2021년 8월의 마지막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35)이 30일 밤 9시부터 진행되고 있다. 왼쪽이 청계 송승화 선생. 만곡 선생님은 몸을 다쳐 이날 수업에 불참하셨다.

청계는 1498년 무오사화 때 함경도 종성(鍾城)으로 유배 되어 1504년 54세의 나이로 죽은 뒤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 되었던 일두 정여창 선생이 공부하던 악양정(화개면 덕은리) 뒤쪽에 살고 있다.

이날 무오사화 공부가 끝난 뒤 일두 선생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청계는 자신의 생가이자 현재 살고 있는 상덕마을의 집에 나중에 서당을 차릴 계획을 갖고 있다. 필자는 “점필재 선생의 제자 분들이 모두 『소학』을 중시했듯이 일두 선생도 악양정에서 그 책을 읽으셨으니 나중에 청계가 그곳에서 한 달에 한 두 차례 정도 소학을 읽으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만약 학생이 없으면 혼자서라도 정기적으로 읽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필자가 몇 차례 하동군청과 공무원들에게 “일두 선생의 정신을 잇기 위해 악양정에서 한 달에 한 두 번이라도 소학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제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그렇게 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동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청계는 “나중에 그렇게 하도록 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함양에 일두 선생의 고택과 그를 배향하는 남계서원이 있어 그 지역에서 그런 것을 선점해버리면 하동지역으로서는 아쉽지 않겠는냐”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점필재 선생의 제자들과 일두 선생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지면 제한으로 이 정도로 줄이겠다. 발효차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더 이어가다 『천자문』 수업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늦어 진도를 많이 나가지 않고 끝냈다, 바로 『명심보감』 수업을 시작했다. 3편 ‘순명편(順命篇)’을 다 읽었다. 다음 주에 4편 ‘효행편(孝行篇)’을 읽기로 했다. 『천자문』과 『명심보감』 공부는 필자가 먼저 원문을 소리 내어 읽으면 청계가 따라 소리 내어 읽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한자의 뜻과 원문의 내용 설명을 해준다.

8월 30일 진행되는 인문학 특강 안내판. 빗물에 젖어 축축하다. 사진=조해훈
8월 30일 진행되는 인문학 특강 안내판. 빗물에 젖어 축축하다. 사진=조해훈

이날의 공식적인 공부는 다 마쳤다. 하지만 매주 공부를 다 마쳤다고 해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 공부한 내용과 오늘 공부한 내용 등에 대해 30분 이상 토론을 한다. 이날도 밤12시가 되어서야 공부를 파했다. 다음날 청계의 출근 때문에 더 이상 붙잡을 수도 없다. 농협주유소에서 목압서사까지는 승용차로 적어도 20분가량 소요된다. 청계의 집은 농협에서 5분 거리인데 늦은 밤인데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 함께 공부를 하겠다고 6개월 넘게 매주 한 번도 결석 없이 찾아오는 게 너무 대단하다. 햇수로 5년째 목압서사에서 여러 주제로 주민들과 공부를 했지만 청계가 가장 착실한 학생인 것 같다.

사실 필자는 이날 몸 컨디션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하동 김병수의원에서 백신(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을 했다. 게다가 오후 2시에 화개버스공용터미널 앞에 있는 화개치과에서 인플란트를 심은 상태였다. 지난 6월 14일 백신 1차 접종 후 부작용인지 몸에 기운이 너무 떨어져 상당히 애를 먹었다. 아직 완전히 회복이 덜 되었지만 이날 백신 2차까지 맞았지만 인문학 특강을 진행해야 했다. 필자는 매주 특강이 있는 월요일은 약속을 잡지 않는다. 3개월마다 부산 동아대병원의 순환기내과(심혈관센터)와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를 받고 석 달 뒤 다음 약속을 잡을 때도 월요일이면 다른 날로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설사 배우는 사람이 사정이 있어 수업에 빠진다고 해도 가르치는 사람은 그러면 안 된다. 사실 이날 몸이 너무 힘들어 마음속으로는 다른 날에 수업을 할까라는 순간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안 되는 말이었다. 전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혹여 말을 크게 하다가 인플란트 심어놓은 게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걱정까지 있었다. 하지만 정규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옛사람들의 말씀대로 신독(愼獨)해야 한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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