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73) - 몸은 매여 있지 않은 배(舟)요, 마음은 이미 재(灰)가 된 나무이니 …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73) - 몸은 매여 있지 않은 배(舟)요, 마음은 이미 재(灰)가 된 나무이니 …
  • 허섭 허섭
  • 승인 2021.09.30 09:00
  • 업데이트 2021.10.01 2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3 진림(陳琳 13세기 후반~14세기 초반) 계부도(溪鳧圖) 35.7+47.5 대북 고궁박물원
진림(陳琳, 13세기 후반~14세기 초반) - 계부도(溪鳧圖)

273 - 몸은 매여 있지 않은 배(舟)요, 마음은 이미 재(灰)가 된 나무이니 …

몸은 매여 있지 않는 배와 같으니 떠가는 대로 내맡길 일이오,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이니 칼로 자르고 향을 바른들 어찌 하리오.

  • 不繫之舟(불계지주) : 매여 있지 않은 배.  繫는 ‘매다, 매이다’.
  • 一任(일임) : 완전히 맡김.
  • 유행(유행) : 흘러감.
  • 坎止(감지) : 멈춤, 정지함.  坎은 원래 ‘구덩이’ 의 뜻으로, 여기서는 역경(逆境)에 빠지는 것을 의미함.
  • 旣灰之木(기회지목) : 이미 재가 되어버린 것처럼 생기가 없어진 나무.  灰는 ‘재, 재가 되다, 태우다, 망하다’.
  • 何妨(하방) : 어찌 막으리오.  妨은 ‘방해하다, 막다, 거리끼다’.
  • 刀割香塗(도할향도) : 칼로 쪼개어 그릇을 만들고 다시 향을 바름. 나무가 쪼개지는 고통도 향이 칠해지는 기쁨도 느끼지 못함을 뜻함.  塗는 ‘진흙, 칠하다’  도색(塗色) 호도(糊塗)하다. * 糊塗(호도)는 중국 속어로 ‘바보’ 라는 뜻이다. 정판교(鄭板橋)가 말한 <難得糊塗(난득호도)-바보 되기 어려워라!> 의 그 糊塗이다.

◈ 소동파(蘇東坡) 화상(畵像) 자찬(自讚)의 첫 구(句)

心是已灰之木(심시이회지목) 身如不繫之舟(신여불계지주).

-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요, 몸은 매여 있지 않은 배이다.

◈ 『장자(莊子)』 열어구(列禦寇) 편

巧者勞而知者憂(교자로이지자우), 無能者無所求(무능자무소구) 飽食而敖遊(포식이오유) 汎若不繫之舟(범약불계지주) 虛而敖遊者也(허이오유자야).

- 재주 있는 자는 수고롭고, 지식이 있는 자는 근심이 많거니와, 오히려 무능한 자는 밖으로 추구할 것이 없는지라 배불리 먹고 마음대로 놀면서 둥둥 얽매임 없이 떠다니는 배와 같이 스스로를 비우고 자유로이 노니는 사람이다. 

◈ 오쇼 라즈니쉬(Osho Rajneesh 1931~1990)가 풀이한 장자 

- 빈 배 (虛舟 empty boat)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자는 혼란 속에 산다. 
다른 사람의 다스림을 받는 자는 슬픔 속에 산다.
그러므로 요 임금은 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거나
다른 이로부터 영향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혼란으로부터 맑음을 얻고
슬픔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길은
도와 함께 사는 길이다.
비어 있는 그 나라에서.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나다가
빈 배가 그의 작은 배와 부딪치면
그가 비록 나쁜 기질의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설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그대가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곧은 나무는 맨 먼저 잘려진다.
맑은 샘물은 맨 먼저 길어져 바닥날 것이다.
만일 그대가 자신의 지혜를 내세우고 무지를 부끄러워한다면
자신의 특별함을 드러내고 다른 이들보다 돋보이기를 원한다면
빛이 그대 둘레에 내리비칠 것이다.
마치 그대가 태양과 달을 삼킨 것처럼.
그렇게 되면 그대는 재난을 피할 길이 없다.

현자는 말했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자는
쓸모없는 일을 한다.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잃음의 시작이고
이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이름 잃음의 시작이다.
구함과 이름 얻음으로부터 자유를 얻어
사람의 무리 속으로 내려와 사라질 수 있는자는 누구인가.
그는 도와 함께 흘러 다닌다. 눈에 띄지 않은 채.
그는 삶 그 자체가 되어 걸어간다.
집도 없고 이름도 없이.
아무 구별함 없이 그는 단순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는 어리석다.
그의 발걸음은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그는 아무 힘이 없다.
무엇을 이룸도 없다.
그는 이름을 얻지도 않는다.
또한 누구를 판단함이 없기에
아무도 그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가 완전한 이다.

그의 배는 비어 있다.

     - 오쇼 라즈니쉬 『삶의 길 흰구름의 길』 중에서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