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88) - 우리나라 대표 아동문학가 배익천 선생 초청 특강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88) - 우리나라 대표 아동문학가 배익천 선생 초청 특강
  • 조해훈 기자 조해훈 기자
  • 승인 2021.10.22 13:20
  • 업데이트 2021.10.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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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목압서사에서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 초청 특강
코로나 백신 완료한 주민 8명 참석, ‘어른+동화’ 주제
“마음 비우고 순진무구한 아이 적 마음으로 돌아가야”

21일 오후 6시30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목압마을 702에 소재한 목압서사(木鴨書舍)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인 배익천 선생을 초청해 특강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화개골 주민 8명이었다. 모두 코로나 백신 주사를 100% 완료한 사람들이었다.

이날 주제는 애초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읽히고, 어떻게 읽힐 것인가?’였는데, ‘어른+동화’ 위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 골짜기의 초등학생들과 아이들의 엄마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들 사정이 있어 불참하는 바람에 강의 내용이 조금 바뀌었다. 그렇지만 원래 주제의 강의에다 ‘어른+동화’를 더했던 것이다.

목압서사 입구에 있는 특강 안내문구들.
목압서사 입구에 있는 특강 안내문구들. 사진=조해훈

백익천 선생은 “한때 우리나라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한다고 동화책 전질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강요했는데,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동화는 판타지 성격이 있는데 아이들이 만화책 읽는다고 나무라고 책만 읽기를 원하는 것도 옳지 않다”라며, “만화책이든 동화책이든 아이들이 활자에 친숙해지고 읽어 무한한 상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교대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 초창기인 24살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72살인 지금까지 동화책 40여 권을 발간한 그는 “요즘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동화를 많이 쓰는데 읽어보면 동화가 아니라 소년소설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저는 시골인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라고 교사생활도 시골에서 했다. 지금도 길을 가다가 식물의 이파리와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궁금해 한다”라며, “단순한 비교이지만 그런 마음이 동화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경남 고성군 대가면의 숲속에서 직접 곡괭이로 돌을 캐내고 나무와 꽃을 심어 가꾸고 있다”라며, “또한 동시인과 동화작가들의 마음을 돌에 새겨 숲속 곳곳에 놓아둔 게 200개가 넘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가끔 그 사이 돌아가신 동화작가의 가족들이 오시어 그 돌을 보고 눈물을 흘리시고, 돌아가신 분의 마음이 그대로 새겨진 돌을 보기 위해 해마다 숲에 오신다”라고 덧붙였다.

요란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 필자가 플랭카드 대신 화선지 두 장을 이어 붙여 붓글씨로 써 내건 특강 내용. 사진=조해훈
요란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 필자가 플랭카드 대신 화선지 두 장을 이어 붙여 붓글씨로 써 목압서사 입구 담벼락에 내건 특강 내용. 사진=조해훈

그가 가꾸고 있는 숲 이름은 ‘동동숲(동시·동화의 숲)’이다. 배 선생의 동심 가꾸기 사업에 고성군이 동조를 해 근래에 고성군을 ‘동화의 도시’로 선포했다. 동동숲에는 어린이 문학박물관이 있어 수많은 동화책을 비치해 놓고, 동화나 동시 관련 각종 행사를 갖고 있다.

세상이 갈수록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고 인간성이 상실해 가는 지금의 세태에 대해 그는 “그럴수록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어쩌면 인간 본연의 마음인 동화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며, “아이들의 마음인 동화를 어른들이 가까이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요즘 70, 80대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쓰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글씨는 몇 자 없고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동화책을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읽힐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르신들이 언제 돌아가실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동화책을 읽어가면서 태어날 때의 순수한 그 마음으로 돌아가 세상을 하직하시는 게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서이다”라고 말했다.

목압서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배익천 동화작가. 사진=조해훈
목압서사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배익천 동화작가. 사진=조해훈

70대인 배익천 선생의 마음은 아직도 순수하고 맑고 따뜻하다. 2만6천 평 가량 되는 동동숲을 직접 가꾸고 있다. 곡괭이로 산허리를 파 오솔길을 만들고 산에 무작위로 자라는 나무와 꽃을 옮겨 그 길옆에 심는 작업을 수년 째 계속하고 있다. 화원 개념이 아니라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동동숲에 오면 동화의 마음을 얻어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필자가 얼마 전 1박2일로 동동숲에 가 돌을 파 야트막한 돌담을 쌓고 아이들이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곡괭이로 산을 파 정지작업을 하는 그를 도우다 허리에 문제가 생겨 고생한 적이 있다. 배 선생이 구슬땀을 흘리며 그 고생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누구라도 동동숲에 와서 인간 본래의 순수한 마음, 즉 동화의 마음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앞으로 어른들에게 동화의 마음을 가지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라고, 한 참석자의 질문을 했다. 그는 “세태에 따라 사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물질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그 욕심을 안고 그대로 죽게 되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점차 비우고 아이 때의 그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좋은 동화를 많이 읽는 것”이라고 답했다.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이 자신의 작품집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 중인 테이블앞 의자에 앉아 전시 자료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이 자신의 작품집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 중인 테이블앞 의자에 앉아 전시 자료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그는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시간이 나시면 동동숲으로 와서 하루 숙박하면서 동화의 마음을 느껴보시길 바란다”며, “지리산은 더 깊은 골짜기이지만 동동숲은 다른 사람이 살지 않는 완전 숲속”이라고 참석자들을 초청했다. 참석자들은 “감사합니다. 꼭 가겠습니다.”라고 배 선생께 인사를 했다.

강의를 끝내고 배 선생은 동동숲으로 바로 돌아가신다고 했다. 다음 날 일정 때문이라고 했다. 늦은 밤, 지리산 화개골 목압마을의 목압서사 마당에 나오니 달이 보름달처럼 훤하게 밝았다. 평소에 많이 보이던 별은 밝은 달 때문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배 선생은 2시간가량 걸리는 그곳으로 혼자 달려가야 했다. 강의료도 제대로 못 드리는데 이 먼 곳까지 오시어 좁은 공간에서 강의를 해주신 배 선생님께 참으로 송구했다.

한편 목압서사 내 목압문학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전’을, 목압고서박물관은 ‘사육신과 생육신전’을 지난 10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각각 열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재능기부 차원의 인문학 공간인 목압서사의 제8차 기획전이다. 목압서사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특강이나 전시 등 행사는 모두 무료로 이루어진다. 필자가 평생 공부한 내용과 소장 자료들로 지역에 환원하는 봉사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이날 배익천 선생 특강은 전시회의 연장선상이다.

다음 달인 11월에는 우리나라 팔만대장경 연구의 권위자인 최영호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의 특강이 예정돼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t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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