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99) - 달은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는 물결 위에 있으니 …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99) - 달은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는 물결 위에 있으니 …  
  • 허섭 허섭
  • 승인 2021.10.26 07:05
  • 업데이트 2021.10.27 2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9 여기(呂記 1477~미상) 계국산금도(桂菊山禽圖) 192+107 북경 고궁박물원
여기(呂記, 1477~미상) - 계국산금도(桂菊山禽圖)

299 - 달은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는 물결 위에 있으니 …  

가슴속에 작은 물욕도 없으면 
(번뇌는) 이미 화롯불에 눈이 녹고 햇빛에 얼음이 녹음과 같고

눈앞에 스스로 한 조각 밝은 빛이 있으면
달은 하늘에 있고 그림자는 물결에 있음을 늘 보게 되리라

  • 胸中(흉중) : 가슴속에.
  • 半點(반점) : 조금(쬐끔), 약간. 매우 작은 것을 말함. 
  • 爐焰(로염) : 화로의 불꽃. 
  • 一段(일단) : 한 조각.
  • 空明(공명) : 달빛이 물에 비취는 모양. 여기서는 ‘마음이 고요하고 밝음’ 을 말함.
  • 時見(시견) : 언제나 ~함을 보다. 

 * 여기서 時를 ‘때로, 때때로’ 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어폐(語弊)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時는 『논어』에서 <學而時習之> 할 때의 時로 보더라도 時는 ‘때에 맞추어, 적당한 때를 잡아, 때를 놓치지 않고’ 라는 뜻으로 단순한 반복이나 간혹의 의미가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본문에서도 ‘때로는 볼 수 있다’ 고 해석하기보다는 ‘언제나 보게 된다’ 로 해석함이 옳을 것이다. 달이 언제나 뜨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언제나 본질-하늘에 있는 달과, 현상-물속에 비친 달을 정확히 구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 이른바 <홍로점설(紅爐點雪)> 의 참뜻

뜨거운 화로에 눈을 뿌린 것과 같다는 뜻으로, 사욕이 일시에 없어지고 마음이 탁 트여 맑은 상태를 일컫는 말. 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 紅爐上一點雪(홍로상일점설)로도 이야기 된다.

◈ 서산대사 임종게(臨終偈)

千計萬事量 (천계만사량)  온갖 것 꾀하던 천만 가지 생각들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붉은 화로 떨어지는 한 점 눈송이로다
泥牛水上行 (니우수상행)  진흙으로 구운 소가 물 위를 걸어가니
大地虛空裂 (대지허공열)  대지와 허공이 한꺼번에 갈라지네

* ‘紅爐一點雪’이란 싯구(詩句)는 원래 고려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의 선시에 나오는 구절인데 서산대사가 다시 인용하였으며 현대사의 괴각(乖角) 춘성(春城) 스님께서도 아래 시를 남겼으며 성철 스님의 출가시(出家詩)에도 관련 구절이 나온다. 

춘성(春城) 스님 게송(偈頌)

八十七年事 (팔십칠년사)  여든일곱 해나 살았던 일이
七顚八倒起 (칠전팔도기)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꼬꾸라졌다가 일어남이라 
橫說與竪說 (횡설여수설)  횡설수설 지껄인 그 모든 것이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붉은 화로 속에 한 송이 눈일세 

성철(性徹) 스님 출가시(出家詩)

彌天大業紅爐雪 (미천대업홍로설)  하늘에 넘치는 큰 일도 붉은 화롯불에 한 점의 눈송이요
跨海雄基赫日露 ​(과해웅기혁일로)  바다를 덮는 큰 기틀도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이라
誰人甘死片時夢 (수인감사편시몽)  그 누가 한 조각 꿈 같은 삶을 살다 죽으랴
​超然獨步萬古眞 ​(초연독보만고진)  만고의 진리 향해 나 홀로 초연히 걸어가리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