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이 여는 '詩의 아고라'(27) 서경온, 당신이 없을 때의 당신
손현숙 시인이 여는 '詩의 아고라'(27) 서경온, 당신이 없을 때의 당신
  • 손현숙 손현숙
  • 승인 2021.10.30 11:24
  • 업데이트 2021.11.02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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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서경온

 

나는 너를
무풍지대無風地帶에
데려다 놓고
온갖 바람을
몰아친다.

당연하게 너는,
흔들리지
않는다.

서경온 시집 《당신이 없을 때의 당신》(문예바다. 2021.)을 읽었다.

작고 예쁜 시집이 당도했다. 제목이 《당신이 없을 때의 당신》이었다. 시인에게 당신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첫 장을 넘기자 “시는/ 부르는 동안만/ 나의 노래가 되는/ 당신이며/ 당신이 없을 때의/ 당신입니다”라는 시인의 전언이 들렸다. 시인이 등단한 해가 1980년도이니, 시인은 무림에 들어선지 40년 시력의 중견이다.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만났던 서경온 시인은 후리지아 향이 짙은 시인이었다. 그런데 돌아서면 밝음은 금세 애잔함으로 내 가슴 어디, 통증이곤 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니, 잊었다.

서경온은 후리지아 향이 짙은 시인이다
등단 무렵의 서경온 시인

그리고 오늘 받아든 《당신이 없을 때의 당신》, 그 당신을 향한 고독이, 외로움이, 쓸쓸함이 서럽게 폐부를 관통했다. 가도 가도 만날 수 없는 당신. 왔다가는 이내 등을 보이는 당신. 가만한 무풍지대에 너를 데려다 놓고 혼자서 온갖 바람을 일으키는 시인. 그러나 그 바람은 당신에게 닿지 못하고 끝끝내 흔들리지도 변하지도 않는다는 당신, 그럼에도불구하고 기어이 닿고 싶은 시여! 한 권의 시집이 보여주는 서경온 시의 미학은 고독하고 아프고, 그러면서도 간섭받기를 거절하는 무엇. 흔들리지 않는 당신에게 살짝 데드는 강단. 그렇게 시인은 오늘도 쉬지 않고 북극성을 향해 걷는다.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 한 칼, 아름답지 않은가. 서경온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상재를 축하한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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