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05) - 비가 되건 구름이 되건,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고 부르건 내버려두라.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05) - 비가 되건 구름이 되건,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고 부르건 내버려두라.  
  • 허섭 허섭
  • 승인 2021.11.01 06:40
  • 업데이트 2021.11.0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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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팔대산인( 八大山人 朱답1626~1705 추정) 하화도(荷花圖) 4폭 총 364.4+70.3 중국미술관
팔대산인( 八大山人 朱耷, 1626~1705 추정) - 하화도(荷花圖)

305 - 비가 되건 구름이 되건,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고 부르건 내버려두라. 

세상살이의 단맛과 쓴맛을 속속들이 알고 나면 
비가 되건 구름이 되건 모두 맡겨둔 채 눈 뜨는 것조차 귀찮게 여기고

인정세태의 허망함과 부박(浮薄)함을 다 알게 되면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고 부르건 그냥 내버려두고 머리만 끄덕일 뿐이다.

  • 飽諳(포암) : 속속들이 앎.  飽는 ‘실컷’, 諳은 원래 ‘글을 외다’ 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익히 알다, 깨닫다’ 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 世味(세미) : 세상살이의 쓴맛과 단맛.
  • 一任(일임) : 모두 맡김.
  • 覆雨翻雲(복우번운) : ‘손바닥을 엎어 비를 만들고 손바닥을 뒤집어 구름을 만든다’ 는 뜻으로, 인정세태(人情世態)의 변덕스러움을 의미한다. 翻은 飜과 같은 ‘뒤집다’ 의 뜻. * 두보(杜甫)의 「빈교행(貧交行)」에서 나온 말이다.  전집 제35장 참조 
  • 總(총) / 盡(진) : 모두 / 남김없이(모조리).
  • 慵(용) : 귀찮아함, 게으름.
  • 會盡(회진) : 깨달음, 이해함. 여기서 會는 ‘깨닫다’ 의 뜻이다. 
  • 隨敎(수교) : 하는 대로 맡겨 버림.
  • 呼牛喚馬(호우환마) :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고 부르건 내버려 둔다’ 는 말로 남들이 헐뜯거나 칭찬하거나 개의치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을 의미함.  
  • 只是(지시) : 다만 ~하다, 다만 ~일 뿐이다.
  • 點頭(점두) : 머리를 끄덕임, 시인(是認)함.
305 팔대산인( 八大山人 朱답1626~1705 추정) 하화쌍조도(荷花雙鳥圖) 182+98
팔대산인( 八大山人 朱耷, 1626~1705 추정) - 하화쌍조도(荷花雙鳥圖) 

◈ 『장자(莊子)』 천도편(天道篇)에

昔者(석자) 子呼我牛也(자호아우야) 而謂之牛(이위지우) 呼我馬也(호아마야) 而謂之馬(이위지마).
- 어제 그대가 나를 소라고 불렀을 때 나도 나 자신을 소라고 생각했으며, 나를 말이라고 불렀을 때에는 나도 나 자신을 말이라고 생각했네.

사성기(士成綺)가 노자를 만나서 물었다.

“저는 선생님이 성인(聖人)이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먼 길을 마다 않고 이렇게 뵙고자 왔습니다. 백 일 동안 길에서 거듭 발이 부르텄지만 감히 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선생님을 만나보니 성인이 아니십니다. 쥐구멍에 먹다 남은 음식물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불인(不仁)입니다. 날것과 익힌 것이 눈앞에 남아도는데 한없이 쌓으며 거두어들이고만 있지 않으십니까.”

노자는 묵묵히 응대하지 않았다. 

사성기가 다음 날 다시 뵙고서 말하였다. 

“어제는 제가 선생님을 비난하였는데, 지금 저의 마음이 바르게 되니 무슨 까닭입니까?” 

노자가 말했다. 

“무릇 뛰어난 지혜와 신성을 지닌 사람을 나는 스스로 거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오. 어제 그대가 나를 소라고 불렀다면 소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나를 말이라고 불렀다면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오. 만약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어 남들이 그에게 이름을 붙여주는데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시 더 큰 재앙을 받게 될 것이오. 나는 따를 것에 항상 따르나 항상 따르기 위해서 따르는 것은 아니라오(나의 행동은 언제나 같은 행위이오. 나는 어떤 행위를 위하여 행동하는 것은 아니오).”

사성기는 비로소 깨닫고 황송해져 노자의 뒤를 비스듬히 물러나 그의 그림자도 밟지 않도록 조심했다.

선생이 말했다.

“무릇 도라는 것은 아무리 커도 채우지 못함이 없고, 아무리 작더라도 빠뜨림이 없으므로 만물이 갖추어진다. 넓디넓어서 포용하지 않는 것이 없고, 깊고 깊어서 헤아릴 수가 없다. 덕을 인의(仁義)로 나타냄은 정신의 말단적인 것이다. 지인(至人)이 아니고서는 누가 그것을 정하겠는가?

무릇 지인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그 또한 위대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얽매이게 하기는 부족하다. 온 천하가 권력을 다투어도 그는 끼어들지 않고, 거짓이 없음을 살펴 이익을 따라 뒤쫓지 아니하며, 사물의 진실을 극진히 여겨 그 근본을 지킨다. 그러므로 천지를 도외시하고 만물을 잊으면 그의 정신은 결코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도와 통하며 덕에 합쳐져 인의(仁義)를 물리치고 예악(禮樂)을 멀리한다. 그러므로 지인의 마음에는 안정됨이 있는 것이다.”
 
◈ 『노자(老子)』 제73 장에

勇於敢則殺(용어감즉살) 勇於不敢則活(용어불감즉활) 此兩者或利或害(차양자혹이혹해) 天之所惡(천지소오) 孰知其故(숙지기고) 是以聖人猶難之(시이성인유난지).   天之道(천지도) 不爭而善勝(불쟁이선승) 不言而善應(불언이선응) 不召而自來(불소이자래) 繟然而善謀(천연이선모) 天網恢恢(천망회회) 疏而不失(소이불실).

-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는 것에 용감하면 죽고, (순리대로 하고) 억지로 하지 않는 것에 용감하면 산다. 이 둘은 혹은 이롭고 혹은 해롭거니와 하늘이 미워하는 바를, 그 이유를 누가 알겠는가? 이런 까닭에 성인도 오히려 이를 어렵게 여긴다.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고서도 잘 이기고, 말하지 않고서도 잘 응하며,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와 있고, 느릿느릿한데도 계획에 빈틈이 없다. 하늘 그물은 (그 그물코가) 크고도 넓어 성글어도 빠트리는 게 없다(새는 게 없다).

* 어떤 판본에는 天網恢恢(천망회회) 疏而不漏(소이불루) 로 되어 있다.    漏 : 샐 루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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