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3) 기도실 - 강현덕
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3) 기도실 - 강현덕
  • 이광 이광
  • 승인 2021.11.03 10:10
  • 업데이트 2021.11.04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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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실
                
강현덕

 

울려고 갔다가
울지 못한 날 있었다

앞서 온 슬픔에
내 슬픔은 밀려나고

그 여자
들썩이던 어깨에
내 눈물까지 주고 온 날

강현덕 시인의 <기도실>은 단편소설 한 편 읽은 것 같은 감정의 분량을 안겨준다. 시인은 울려고 기도실을 찾는다. 울고 싶을 때 기도실이 마침맞다는 경험이 있는 성싶은데 그날은 ‘앞서 온 슬픔’이 선점한 분위기에 밀리는 상황이다. 운다는 것은 슬픔과 고통을 눈물로 씻어내는 행위이다. 그런데 여기에 참회가 더해지면 그 눈물은 훨씬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온 슬픔’의 눈물이 그런 거 같다. ‘들썩이던 어깨’의 뒤에서 시인은 자신의 눈물로 그녀의 눈물에 동참하며 자신의 슬픔을 양보 내지는 무화시킨다. 여기서 주목할 것을 시인이 그녀의 눈물에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이 작품은 필자에게 문학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기회를 준다. 과연 인간의 고통과 슬픔을 환기喚起시키는 시가 가치 있는가? 인간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시가 더 가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논했듯이 인간은 비극을 통해 카타르시스에 이르고 눈물은 영혼을 정화시킨다. 희망 또한 고통 속에서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희망이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보여주기 식의 가식이라면 결코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예전 양반댁 장례행렬에 곡을 하던 종을 일컫는 곡비를 시인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니까 타인의 눈물에 동참하고, 타인을 대신하여 울어주는 게 시인의 역할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 웃음을 주고 흥을 유발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위 작품 <기도실>은 자신을 울러 갔다가 시인의 본분으로 곡비가 된 사연을 읊은 것이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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