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20) -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기려는 자와 비린 고깃덩이를 두고 파리를 쫒으려는 자의 어리석음이여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20) -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기려는 자와 비린 고깃덩이를 두고 파리를 쫒으려는 자의 어리석음이여  
  • 허섭 허섭
  • 승인 2021.11.16 07:00
  • 업데이트 2021.11.17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암(1682~1756) - 청산적설도(靑山積雪圖)(부분)

320 -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기려는 자와 비린 고깃덩이를 두고 파리를 쫒으려는 자의 어리석음이여  

원리가 없으면 따라서 현상도 없으니
사물을 버리고 도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마치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기려 하는 것과 같다.

마음이 비면 외경도 비는 법이니
외경을 버리고 마음만 지니려는 자는 
마치 비린내 나는 고깃덩이를 모아놓고 쉬파리를 쫒으려는 것과 같다.

  • 理(리) / 事(사) : 우주의 본체(本體), 형이상학적 원리 / 우주의 현상(現象). * 비유하자면 理는 ‘물(水)’ 이라면 事는 ‘물결(波)’ 에 해당한다.
  • 理寂(리적) / 事寂(사적) : 원리가 없으면 / 현상도 없다.  寂을 단순히 ‘고요하다’ 나 ‘쓸쓸하다’ 로 번역하는 것은 다소 어폐(語弊)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서 寂은 불교 용어로 ‘寂空(적공)’ 즉 ‘없다’ 는 뜻이다.
  • 遣事執理(견사) : 사물을 버리고 도리에 집착함. 즉 현상을 무시하고 본체에만 집착함.  여기서 遣은 ‘棄(버릴 기)’ 의 뜻이다.
  • 似(사) / 如(여) : 마치 ~함과 같다.
  • 境(경) : 인식의 대상이 되는 바깥 사물. 외경(外境), 즉 불교에서 말하는 육경(六境)으로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을 말한다.
  • 羶(전) : 비린내(누린내) 나는 고깃덩어리.
  • 蚋(예) : 모기, 쉬파리 등 피를 빨아먹는 모기과 곤충의 총칭. 蜹와 동자(同字)이다.
320 화암(華암 1682~1756) 청산적설도(靑山積雪圖) 159.1+52.8 북경 고궁박물원
화암(1682~1756) - 청산적설도(靑山積雪圖)

◈ 화엄사상(華嚴思想)의 사법계(四法界)

화엄사상의 철학적 구조는 법계연기(法界緣起)이다. 즉,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사상으로, 화엄에서 가르치는 무진연기(無盡緣起)의 법칙이다. 

사법계(四法界)란 현상과 본체와의 상관관계를 사법계(事法界) · 이법계(理法界) ·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 ·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 등 넷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물이 제각기 한계를 지니면서 대립하고 있는 차별적인 현상의 세계를 사법계(事法界)라 하고, 언제나 평등한 본체의 세계를 이법계(理法界)라 한다. 

그러나 현상과 본체는 결코 떨어져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어서, 항상 평등 속에서 차별을 보이고 차별 속에서 평등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를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라 한다. 다시 나아가 현상, 그것도 각 현상마다 서로서로가 원인이 되어 밀접한 융합을 유지한다는 것이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이다.

320 화암(華암 1682~1756) 관산륵마도(關山勒馬圖) 124+57.2
화암(1682~1756) - 관산륵마도(關山勒馬圖)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