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의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19)행복에 대하여 ③복권당첨과 행복지수
조송원의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19)행복에 대하여 ③복권당첨과 행복지수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1.12.13 17:30
  • 업데이트 2022.04.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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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대체로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몇 십억의 당첨금을 흥청망청 쓰다가 파산하고 좀도둑질로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당첨금 때문에 가정파탄을 겪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간혹 언론에 보도된다. 매스컴에 오르는 것은 뉴스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곧, 그만큼 드문 경우라는 뜻이다. 복이 화가 되는 경우보다는 복을 온전히 행복으로 연결하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관심사항은 복권에 당첨된 건전한 상식인의 행복지수가 당첨 전후와 비교해 어떠한가,이다.

미국에서 경제학 교과서로 가장 널리 쓰인다는 『맨큐의 경제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라는 에피소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미국의 역대 1위 부자는 석유 재벌 록펠러(1839~1937)다. 그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2,000억 달러에 달했다. 록펠러는 그 많은 재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문명의 이기들을 즐기지 못했다. TV도 보지 못했고, 비디오 게임도 하지 못했으며,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지도 못했다. 전화도 에어컨도 없었고, 평생 대부분의 기간 동안 자동차나 비행기 여행도 못했다. 아플 때 항생제 같은 약품도 쓸 수 없었다. 이제 생각해 보자. 여러분한테 얼마나 주면 록펠러가 생전에 누릴 수 없었던 오늘날의 편리한 것들을 평생 동안 포기하겠는가? 누가 여러분에게 2,000억 달러를 주면 그렇게 하겠는가?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미국 최고 부자라고 알려진 록펠러보다 더 잘산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독자제현은 하버드대 경제학교수 그레고리 맨큐의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필자는 이 글을 몇 년 전에 읽을 때 바로 떠오르는 말은 ‘전문가 바보’(Specialist Fool)였다. 멘큐의 주장대로라면 잘사는 정도는 태어난 시대 순서에 비례하여 높아지게 된다. 바로 가든 모로 가든 세월에 따라 물질문명은 발달 일로이다. 그러니 뒤 세대에 태어난 사람은 앞 세대의 사람보다 무조건 더 잘살게 된다는 주장과 다름 아니다.

하나 더 짚자. 인터넷과 이메일, 전화와 자동차와 비행기 등은 현재 생활의 필요에 의해 요구될 뿐이다. 그것들을 통한 즐김은 그 다음의 가치이다. TV나 비디오 게임 등의 오락거리는 없었지만, 록펠러 생존 시에도 그 시대에 걸맞은 즐김 거리가 충분히 존재했다. 록펠러는 항생제 처방을 받지 못했지만, 거의 100년의 삶을 향유했다. 우리가 그보다 부자라고? 질문이 한참 잘못됐다. 경제학 전문가의 한계이지만 옳은 물음은 이래야 한다. “미국 역대 최고 부자 록펠러보다 현대의 서민인 우리가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사진 = 조송원]

우리의 정신은 일반적으로 ‘추론의 오류’에 갇혀 있다. 다른 사람들이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를 추측하고 상상하려고 할 때, 우리 자신을 그들의 상황에 대입해 본다. 이때 문제점은 우리와 그들을 물질적 조건으로 비교·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대도시의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살고, 사장이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니 나보다 행복하겠구나. 저 사람은 촌구석에서 땅이나 파먹고 사니 비참하겠구나. 과연 그럴까?

돈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그만큼, 돈이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행복은 객관적 조건(대표적으로 돈)과 주관적 기대(마음)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복권 당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절대 가난에 쪼들리던 사람은 당첨금으로 분명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다. 서민이더라도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고 헌털뱅이 승용차를 바꿀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24평 아파트에서 35평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더 행복해질까? 중형승용차를 타던 사람이 당첨금으로 외제차를 타게 되었다고 더 행복해질까?

객관적 조건이 좋아지면 자연히 주관적 기대 수준도 부풀어 오른다. 외제차를 타고, 맥주 대신 발렌타인 30년을 마시는 데 익숙해진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모든 일은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다. 객관적 조건이 좋아진 만큼 주관적 기대수준도 상승해, 결국 행복지수는 복권 당첨 전과 차이가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이 지나면 행운은 행복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된다.

돈은 실제로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까지만이다. 그 정도를 넘어서면 돈은 행복지수에서 중요치 않게 된다. 그러므로 얼마 만큼인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가졌다면, 가진 것에 자족함이 더 많이 가지려는 몸부림보다 행복에 훨씬 더 중요하다. 어차피 돈은 행복으로 가는 간이역, 너무 집착하거나 오래 머물 이유는 없지 않을까?

<작가 / 선임기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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