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58) - 차 단지 비지 않고 술 항아리 마르지 않고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58) - 차 단지 비지 않고 술 항아리 마르지 않고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 허섭 허섭
  • 승인 2021.12.24 07:00
  • 업데이트 2021.12.2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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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이가염(李可染 1907~1989) 이강변상(리강邊上) 60+44.5
이가염(李可染, 1907~1989) - 이강변상(리강邊上)

358 - 차 단지 비지 않고 술 항아리 마르지 않고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차는 굳이 좋은 것을 구하지 아니하니 차 단지 마르는 일이 없고
술은 향기로운 것을 구하지 아니하니 술통 비는 일이 없네.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늘 항상 즐겨 타며
짧은 피리는 구멍이 없어도 스스로 즐겁네.

비록 복희씨는 뛰어넘기 어려우나 가히 죽림칠현(竹林七賢)에는 필적할 만하네.

  • 精(정) : 가장 좋은 것. 극상품(極上品).
  • 壺亦不燥(호역부조) : 차 단지가 마르지 않음, 즉 차가 떨어지지 않고 늘 있음을 말한다. 壺는 ‘항아리, 단지’ 로 호리병 모양을 본딴 글자이다. 壼은 ‘대궐 곤’ 자이다.  燥는 ‘마르다, 말리다’.  
  • 冽(렬) : 맑고 향기로움. 冽는 洌과 같은 자로 ‘맑다, 차다’ 의 뜻이며, 여기서는 ‘맑은 술’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 洌는 ‘물결 거셀 례’ 로도 읽으나 이는 列(벌일 렬)을 例(보기 례)와 같은 자로 사용함에 기인(起因)한 오독(誤讀)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 樽亦不空(준역불공) : 술동이도 또한 비지 아니하다.  樽은 ‘술통, 술단지’.   * 원래 천제(天祭)를 올릴 때 쓰는 큰 술잔을 뜻하는 글자인 尊(높을 존, 술통 준)이 ‘높다’ 의 뜻으로 쓰이자 다시 木을 붙여 ‘술통 준’ 으로 쓰게 되었으며, 특히 흙으로 구운 도기(陶器) 술통은 罇(술두루미 준) 자를 별도로 만들어 쓰게 된 것이다.
  • 素琴(소금) : 장식이 없는 소박한 거문고.
  • 無絃(무현) / 無腔(무강) : 줄 없는 거문고 / 구멍이 없는 피리  * 후집 96장 참조
  • 縱(종) : 비록.  縱은 ‘늘어지다, 멋대로, 세로’ 의 뜻이나 부사로는 ‘비록, 가령(假令), 설령(設令)’ 의 뜻이 있다.
  • 羲皇(희황) :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임금인 복희씨(伏羲氏). 여기서는 태고의 소박함에 비유한 것이다.
  • 匹儔(필주) : 짝이 되다. 필적(匹敵)하다.  儔는 같은 부류, 輩(무리 배)와 같은 뜻이다. 
  • 嵆阮(혜완) : 혜강(嵆康)과 완적(阮籍). 서진(西晉)시대의 죽림칠현(竹林七賢)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 외의 인물은 산도(山濤) 상수(尙秀) 유영(劉伶) 완함(阮咸) 왕융(王戎)으로 이들은 세속을 피해 죽림에 들어가 술과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 嵆는 嵇와 같은 글자이다.
358 이가염(李可染 1907~1989) 춘우강남(春雨江南) 69.2+46 절강성박물관
이가염(李可染, 1907~1989) - 춘우강남(春雨江南) 

◈ 모리야 센얀(仙台 - 일본 선승 78세 입적)의 묘비명(墓碑銘)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밑동이 샐지도 몰라

일본의 선승(禪僧)인 모리야 센얀의「술통(酒桶)」이라는 시에서 나온 묘비명이다. 죽어서까지 술을 마시기를 바란다는 것은 살아서도 술을 즐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승의 신분으로 술을 즐겼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종교란 것이 형식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깨달음을 중시하는 선종의 승려이기에 겉으로 보이는 직접적인 의미보다 내재된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운이 좋으면 샐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죽어도 죽지 않는 윤회의 가치관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 박경남(2007). 묘비·묘비명 -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포럼 -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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