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34) 이현정, 애도일기
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34) 이현정, 애도일기
  • 손현숙 손현숙
  • 승인 2021.12.25 08:00
  • 업데이트 2021.12.2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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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일기
                 
이현정

 

 

2019년 12월 31일

두 번째 각혈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기까지 엄마는 오빠가 위험한지 몰랐다. 비밀이었다. 노인네 알면 더 큰 일 난다고. 비밀은 비닐처럼 가벼웠다. 엄마 목소리 담담했다. 아빠가 죽었을 때도 꼿꼿하게 서 있던 엄마를 기억한다. 내가 무너지면 육 남매 다 죽는다. 입술 꽉 다무시던 엄마. 알고 있는 기도원에 전화해 놨다고 걱정하지 말라 하신다. 그렇다. 기도밖에 없다. 오빠는 죽은 아들한테 계속 미안했나 보다. 올케가 엄마를 닮아주길 조심히 빌어본다. 우리는 모두 살아서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필자와 이현정 시인

이현정 애도 시집 《49일간의 소리 향(香)》을 읽었다. ‘교보문고’. 2021.

바르트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 날부터 애도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2년 동안 매일 짧은 글을 쓰면서 죽은 엄마를 애도했다. 우리는 흔히 이별을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잘하는 방법, 즉 애도를 잘하는 방법이 정녕 있기나 한 것일까. 여기 죽은 오빠를 기리며 49일간 매일 오빠와 가족에 대한 글을 남겼던 시인이 있다. 시인은 서문에서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마음을 밝혔다.

이현정 시인

그리고 이 책은 시인의 오빠가 돌아가신 지 1주기에 맞추어서 발간된 책이다. 나는 한 사람을 간절하게 애도하는 마음이 또 한 사람을 살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토록 명징하면서도 맑게 죽음을 바라본 이현정 시인의 정면 시선은 그래서 더 슬프고 높고 고독하다. 그리고 가혹하게도 산 사람들은 살아서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해야 한다. 이 시집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애도가 처절하게 빛나는 아름답고 귀한 문진이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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