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의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 (22) 당나귀와 호랑이
조송원의 ‘천방지축, 세상을 논하다’ (22) 당나귀와 호랑이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1.12.26 07:20
  • 업데이트 2022.04.02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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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픽사베이]

검주黔洲에는 당나귀가 없어, 한 호사가가 당나귀를 배에 실어 들여왔다. 막상 데려다 놓으니 별로 쓸모가 없는지라 산 아래에 풀어놓았다. 호랑이가 당나귀를 보니, 우람하고 큰 놈이라 신령스레 여겨 수풀 사이에 숨어 관찰하였다. 시간이 약간 경과하자 숲에서 나와 조금씩 접근하기는 했지만, 겁이 나서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어느 날 당나귀가 한바탕 울자 호랑이는 깜짝 놀라 멀찍이 숨어버렸다. 자기를 물려는 줄 알고 몹시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오고가며 무슨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울음소리에도 점차 익숙해져 다시 앞뒤로 가까이 다가가기는 했지만, 끝내 공격하지는 못했다. 점차 더 가까이 다가가 더욱 수작을 부려 건드리고 부딪히니, 당나귀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호랑이에게 뒷발질을 했다. 호랑이는 마음속으로 ‘재주가 이것뿐이로군’ 하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그래서 펄쩍 뛰어 덥석 물어 목을 끊고 고기를 다 먹은 후에 가버렸다.

아! 몸집이 우람하니 덕이 있을 것 같고, 그 소리는 우렁차 무슨 능력이 있을 것 같았다. 일찍이 재주를 드러내지 않았을 때는 호랑이가 비록 사나우나 의혹과 두려움에 감히 잡아먹지 못했는데, 이제 결국 이처럼 되었구나. 슬프도다!

유종원(773~819)의 유명한 우언寓言 세 편 중 하나인 「검지려黔之驢」이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약한 당나귀가 마침내 호랑이에게 실체를 간파당하고 잡아먹힌다는 내용이다. 1200여 년 전의 당나라 글이 현재 대한민국 대선 정국에서 누구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유종원은 한유(768~824)와 함께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속한다. 한유(퇴지)는 ‘유가의 도통론道統論’을 주장했다. 곧, 요·순·우·탕·문왕·무왕·주공·공자·맹자로 유가의 법통 이어지고, 자신은 맹자의 계승자임을 자처했다. 그만큼 한유는 체제내의 인물이었다. 이에 반해 유종원은 걸출한 문학가임과 동시에 대단히 진보적인 사상가였다. 「검지려」를 비롯한 우언 세 편(삼계三戒)의 창작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항상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근본을 미루어 알지 못하고, 외적인 것을 빌어 자신을 과시하는 것을 증오해 왔다. 혹자는 권세에 빌붙어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재주를 과시하려다 강자의 노여움을 사는가 하면, 기회를 틈타 포악·방자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결국은 모두 화를 당한다.”

대체로 사업가들이 사윗감으로 판사보다는 검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기소편의주의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기소독점보다 폐해가 더 큰 것이 ‘기소편의’이다. 기소편의주의란, 충분한 범죄 혐의가 있고 소송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재량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공소제기의 원칙을 말한다. 쉽게 말해 범죄혐의가 뚜렷한 자를 고소나 고발을 하여도 검사 제 꼴리는 대로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심하게 말하면, 아무리 악질 범죄혐의자라도 검사가 기소를 안 하니 재판정에 설 필요가 없어 결과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검사는 사법시험으로 법 지식은 공인 받았다. 그러나 인성까지 인정받은 건 아니다. 대부분의 검사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일부가 이 기소편의주의란 재량권을 사적 이해관계나 자신의 불순한 의도로 사용한다면 그 폐해를 어떻게 하겠는가? 윤석열 후보는 검사 시절 ‘신정아 사건’ 수사팀의 일원으로 학력 위조 혐의를 강하게 수사했다. 결국 신 씨는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그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과 학력 위조’ 문제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한 번의 실언은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실언이 반복되면 실체의 폭로가 된다. 세상일에 대한 무지와 인간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또 드러냈다. 지난 12월 22일 전북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한 발언을 통해서다.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를 못합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또 말실수한 것 같은데,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며, “자유를 구가하려면 (교육과 경제역량 등이) 있어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변명했다. 좀 잘못 전달됐다? 아니, 윤 후보는 자기 의중도 제대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무능력자란 말인가? 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다. 말로써 자기 뜻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치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진영을 떠나, 지지여부는 미루어두고, 당나귀(윤석열)의 실체를 알아차리지 못한 호랑이(국민)는 없을 성싶다.

조송원

유종원은 관계에 발을 들여놓은 초창기부터 환관 및 귀족관료의 부패에 항거하는 정치개혁에 적극 가담했다. 그러나 수구세력의 벽에 막혀 심한 박해를 받고 지방으로 폄적되었다. 지방 오지를 떠돌며 폄관貶官 생활을 하면서도 창작은 멈추지 않았다. 그 중 절대고독을 노래한 오언절구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춥고 쓰라린 고독인가, 아니면 자연과 일체된 평화인가? 독자제현은 어느 쪽으로 볼는지.

 

강설(江雪)
                         유종원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 나는 새 끊어지고
萬逕人蹤滅(만경인종멸) 길마다 사람 자취 없다.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 도롱이 입은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홀로 낚시질하고, 추운 강엔 눈이 내리고.

<작가/선임기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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