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66) - 웅숭깊은 인품은 용광로의 담금질로 만들어지고, 크나큰 공적은 살얼음을 밟고 가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66) - 웅숭깊은 인품은 용광로의 담금질로 만들어지고, 크나큰 공적은 살얼음을 밟고 가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1.12.31 23:04
  • 업데이트 2022.01.0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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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제백석(齊白石 1864~1957) 자칭(自稱)
제백석(齊白石 1864~1957) - 자칭(自稱)

366 - 웅숭깊은 인품은 용광로의 담금질로 만들어지고, 크나큰 공적은 살얼음을 밟고 가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순금이나 좋은 옥과 같은 인품을 만들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뜨거운 불 속에서 단련되어야 한다.

천지를 들었다 놓을 만한 업적을 이루기를 생각한다면,
모름지기 살얼음 위를 걷듯 해야 한다.

  • 欲(욕) : ~하려고 하다.  영어의 if 처럼 가정문을 만들어 주는 기능이 있다. 흔히 미래시제를 나타내는 ‘將(장차 장)’ 과 어울려 사용된다.
  • 做(주) : 짓다, 만들다. 作과 같은 뜻이다.
  • 精金美玉(정금미옥) : 순금(純金-순도가 높은 좋은 품질의 금)과 아름다운 옥. 비유하여 ‘훌륭한 인품’ 을 말함. 
  • 的(적) : ‘~의, ~와 같은, ~하는’. 앞의 말을 관형어로 만드는 기능이 있다. 영어의 of 와 같이 이해하면 될 것이다.

 * 정금미옥的인품 - ‘정금미옥과 같은 인품’ / 흔천게지的사공 - ‘흔천게지 하는(할) 사공’

  • 定(정) : 여기서는 ‘반드시’ 라는 부사로 쓰였다.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정해져 있다’ 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 從(종) : 쫒다, 따르다.  앞에 있는 定과 합쳐 ‘반드시 따라야 한다’ 는 뜻을 
  • 鍛(단) : 쇠를 불리다, 담금질하다.
  • 來(래) : ‘~를 통해 나온다’ 는 뜻이다. 앞에 있는 ‘熱火中(용광로)’ 가 있어 따라온 단어이며 더 앞에 있는 從과 합쳐 ‘따라 나온다’ 는 의미로도 읽히는 것이다.
  • 掀天揭地(흔천게지) : ‘천지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는 뜻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의미이다.
  • 掀(흔) : 치켜들다, 번쩍 들다, 높이 들다.
  • 揭(게) : 들다, 높이 걸다.   揭示板(게시판)
  • 須(수) : 부사어로 ‘모름지기’ 의 뜻이다. 앞에 나온 定과 호응하는 단어이다.
  • 向(향) : ‘향하다, 구(求)하다’ 의 뜻이다. ‘앞으로 이러이러 해야 한다’ 는 요구사항을 나타내는 것이다. 
  • 履(리) : 신, 신다, 밟다.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 過(과) : ‘가다, 지나가다’ 의 뜻이다. (앞에서 말한 來에 대한 설명과 마찬가지로) 앞에 나온 上과 어울려 ‘위를 지나가는’ 것이며, 더 앞에 나온 向과 어울려 ‘앞으로 향해 가는’ 것이다.

* 위 문장은 크게 두 개의 구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欲 ~ , 定 ~  :  ~을 하고자 하면, 반드시 ~ 해야 한다> 
<思 ~ , 須 ~  :  ~을 생각한다면, 모름지기 ~ 해야 한다> 

366 제백석(齊白石 1864~1957) 노서도(老鼠圖) 서락도책(鼠樂圖冊) 중 각35.8+27 호남성박물관
제백석(齊白石 1864~1957) - 노서도(老鼠圖) 

◈ 만해 한용운 선생의 「찬송(讚頌)」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鍛鍊)한 금(金)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가 되도록 천국의 사랑을 받읍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 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義)가 무거웁고, 황금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福)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梧桐)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과 평화를 좋아하십니다.
약자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의 보살(菩薩)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 첫 행인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 라는 구절은, 그 출전에 대해서는 소상히 모르겠으나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아래의 7언시에서 나온 것이다. 

精金百鍊出紅爐 (정금백련출홍로)  좋은 쇠는 백번이나 단련한 뒤에야 용광로에서 나오고 
梅經寒苦發淸香 (매경한고발청향)  매화는 매서운 겨울을 겪어야 그 향기가 더욱 맑으며 
人逢艱難顯其節 (인봉간난현기절)  사람도 간고한 시절을 겪어야 마침내 그 절개를 드러내고
雪後始知松柏操 (설후시지송백조)  눈이 온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를 알 수 있다

※ 만해본(萬海本)『채근담』의 첫 장은 ‘정금미옥(精金美玉)과 같은 인품을 갖추려면 반드시 열화(烈火 : 뜨거운 불, 즉 용광로) 속을 거쳐 단련해야 할 것이다.’ 라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다. 이는 분명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만해시를 이루고 있는 사상적 배경 속에『채근담』의 영향이 지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 만해시(萬海詩)와 선서(禪書)인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는 있으나 『채근담』과의 영향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는 듯하다. 

※ 우리나라에 『채근담』을 처음으로 소개한 분이 바로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선생이다. 선생은 일본 유학 중에 채근담을 알게 되었으며, 이 책이 당대 조선이 처한 현실 속에서 큰 위안과 지침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이를 다시 편찬·번역하여 책으로 내었으니, 그것이 1917년 신문관(新文舘)에서 펴낸 『정선강의(精選講義) 채근담(菜根譚)』이다. 1915년에 번역을 마쳤으나 책으로 나온 것은 2년 뒤이다. 그리고 신문관에서 낸 이 책은 낙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올리며 몇 달 만에 매진되었고, 1921년 3월21일 동양서원(東洋書院)에서 재판을 내었다고 한다.

만해본 채근담은 승려 내림(來琳)이 중간(重刊)한 지나광본(支那廣本)을 주로 하고 당시 일본에서 통행하던 일본약본(日本略本)을 참고하여 다시 재편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시중에 유통하는 통행본과는 그 체계와 분량이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에 현재 유통되고 있는 통행본은 일본약본을 그대로 번역한 것들로 전집 225장, 후집 134장으로 총합 35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비해 만해본은 수성(修省) 22장, 응수(應酬) 33장, 평의(評議) 17장, 한적(閑適) 14장, 개론(槪論) 193장으로 주제별로 다섯 부분으로 나눠져 있으며 총합 279장 분량이다. 아직 일일이 비교(比較) 대조(對照)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만해본에는 통행본에 없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만해본들은 한용운 선생의 강의(講義) 내용을 현대어로 재번역한 것이다. 말하자면 출간 당시의 국한문(國漢文) 혼용문을 현대 우리말로 다시 옮긴 것이다. 안타깝게도 선생께서 저본(底本)으로 삼았던 내림본이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만해본 채근담에 대한 기본적인 텍스트 작업을 마쳐야 할 것이다. 만해본의 원문과 강의를 그대로 영인하여 제시하고 이를 다시 현대어로 옮기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제백석(齊白石 1864~1957) - 노서유등도(老鼠油燈圖)(左)와 노서교서도(老鼠교書圖)

내 비록 천학비재(淺學菲才)이지만 힘이 닿는다면 이 작업을 이어서 수행할까 다짐해 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제위(諸位)께도 이 자리를 빌어 변함없는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마지막에 만해본 채근담에 실린 석전(石顚) 박한영(朴漢英) 선사(禪師)의 추천사와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 선사의 머리말을 덧붙인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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