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18) 밥그릇 - 이승현
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18) 밥그릇 - 이승현
  • 이광 이광
  • 승인 2022.02.16 11:40
  • 업데이트 2022.02.23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밥그릇                   
                              이승현

 

 

사발은

제 스스로 따뜻할 순 없으나

모진 비바람 이겨낸 밥알을 품고 나면


막노동
주린 뱃속도

훈훈하게 덥힌다

 

이승현 시인의 <밥그릇>을 읽는다. 밥그릇이란 한 사람 몫의 밥을 담는 그릇으로 갓 지은 밥의 더운 김이 빠져나가지 않게 뚜껑을 갖추고 있다. 과거 끼니를 잇기 급급했던 시절 생계는 곧 밥벌이였다. 밥그릇은 생계 수단을 의미하기도 했으며 그것은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작품 속의 밥그릇은 요즘 식당에서 흔히 보는 철제가 아닌 사발이다.

사기그릇은 만지면 감촉이 서늘하다. 그러나 따뜻한 밥알을 품고 나면 그 온기로 사발도 따뜻해지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식지 않는다. 이를 ‘모진 비바람 이겨낸 밥알’의 힘으로 받아들인 순간 시인의 가슴에서 한 그릇의 시가 빚어진다. 막노동으로 허기진 뱃속을 훈훈하게 덥혀준 밥그릇 덕에 그 또한 식구들을 위한 밥그릇으로서의 역할을 지탱해 나간다. 벼농사 짓는 농부, 식당 주방에서 쌀 씻는 여인, 공사장에서 벽돌 나르는 인부 등 여러 사람들의 수고가 눈앞에 어른거리며 독자의 마음도 훈훈해진다.

일반적인 형식과 달리 임의로 작품을 배행하는 것은 작가가 누리는 자유가 아니다. 한 행과 한 연을 설정하기 위한 숙고와 결단이 따르는 선택인 것이다. 줄글로 쓰던 고시조와 달리 현대시조는 시어의 의미를 강조하거나 내재된 이미지에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의도적 배행을 하고 있다. 그게 형식의 파괴인지 창조적 변용인지 그 추이를 눈여겨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