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21) 해동 - 김석이
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21) 해동 - 김석이
  • 이광 이광
  • 승인 2022.03.09 07:10
  • 업데이트 2022.03.12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동 
                       김석이

 

 

땅을 밀고 올라온 칼칼한 서릿발

번득였던 날들이 햇살에 질척하다

이제 마, 이자뿌이소 툭툭 털고 가입시더

 

김석이 시인의 <해동>을 읽는다. 서릿발은 땅속의 물기가 얼어 부풀어 오른 현상이다. 그런데 ‘칼칼한 서릿발’이라고 한다. 칼칼하다고 함은 목이 바싹 마르거나 술이 당길 때 자주 쓰는 말이지만 매서운 모습이나 얼큰한 맛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시인이 굳이 ‘칼칼한’을 택한 것은 서슬이 시퍼런 칼의 이미지를 따오기 위함인 성싶다.

중장의 ‘번득였던 날’은 칼날의 번득임을 연상케 하고, 또한 칼날처럼 번득였던 날들을 회상하게 한다. 우리의 마음도 냉랭해지면 서릿발이 내리고 꽁꽁 얼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차디찬 번득임도 따스한 햇살의 반짝임 앞에는 스르르 녹아내린다. 다만 감정의 뒤끝이 남아 질척거리는 것은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종장의 걸쭉한 경상도 입말은 상황을 마침맞게 정리하는 여유를 보이며 그 기다림도 아량을 가지게끔 이끌어준다. ‘이자 뿌이소’는 기억에서 지우자는 말이 아니다. 그 기억이 던진 감정의 그물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툭툭 털고’ 가자는 것이다.

오늘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십을 결정짓는 날이다. 전 국민이 둘로 나눠져 편을 가르는 양상이 선거 후에도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되든 국민이 내어준 자리에 선 사람은 포용의 정신을 더욱 고양하여 화합의 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이 땅에 서릿발을 내리게 할 뿐이다. 우리는 해동을 맞아야 한다. 툭툭 털고 가야 한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