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94) - 악양면 덕선방앗간에서 녹차씨 기름 짜다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94) - 악양면 덕선방앗간에서 녹차씨 기름 짜다
  • 조해훈 기자 조해훈 기자
  • 승인 2022.03.24 10:54
  • 업데이트 2022.03.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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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씨 30kg 겉껍질 벗겨 악양 방앗간 갖고 가
48년째 운영하는 주인 할머니 프로답게 작업해
소주병 3병 반 기름 나와 혈관 특히 뇌혈관 효과

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마을 목압서사에서 악양면 정서리에 있는 덕선방앗간으로 녹차씨를 가져갔다. 화개면에는 화개방앗간 한 곳만 있는데, 녹차씨 기름을 짜지 않는다. 해마다 악양의 방앗간에서 녹차씨 기름을 짜 마시고 있다.

30kg 되는 녹차씨를 보름가량 햇빛에 말리면서 겉껍질을 벗긴 후 속껍질 채 바짝 말려서 가져간 것이다. 작은 ‘다라이’로 하나 가득 좀 못되는 양이었다.

하동군 악양면 덕선방앗간 주인 할머니(80)께서 기계로 녹차씨를 갈고 있는 모습. 사진=조해훈
하동군 악양면 덕선방앗간 주인 할머니(80)께서 기계로 녹차씨를 갈고 있는 모습. 사진=조해훈

주인 할머니(80)께서 방안에 누워계시다 나와 기계에 스위치를 올렸다. 껍질 벗기는 기계에 녹차씨를 넣고 짧은 막대기로 꾹꾹 누르셨다. 롤러가 양쪽에서 돌아가면서 씨를 갈았다. 씨 크기에 맞게 할머니는 몇 번이나 롤러의 간격을 조절하셨다.

할머니가 누르시는 막대기를 달라고 해 필자가 눌렀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롤러 틈새로 갈아진 씨가 흘러내리도록 힘껏 툭툭 치듯이 눌러야 했다. 조금씩 씨를 넣어 갈아야 했으므로 제법 시간이 걸렸다. 기계 아래에 놓아둔 방앗간 소유 고무 ‘다라이’에 갈아진 씨가 다 내려왔다. 할머니는 씨를 손으로 만져보시더니 롤러를 다시 조여 한 번 더 갈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두 번을 가니 처음보다 더 작게 갈렸다.

롤러기계로 간 녹차씨를 볶는 기계에 넣어 볶고 있는 모습. 사진=조해훈
롤러기계로 간 녹차씨를 볶는 기계에 넣어 볶고 있는 모습. 사진=조해훈

약간 허리가 굽은 할머니는 씨가 담긴 ‘다라이’를 들고 입구 쪽 기계로 가 뚜껑을 열고 부었다. 이제 씨를 볶는 것이었다. 뚜껑 밑 기계가 돌면서 볶는 것이므로 할머니가 기계 앞에 앉아 기다리셨다. 그 사이에 할머니와 몇 마디 나누었다. 올해 여든인 할머니는 방앗간을 48년간 운영하고 계셨다. 함께 방앗간을 운영하던 할아버지는 먼저 운명을 달리하셨다.

방앗간에 들어오면 왼편 방 쪽 위 벽에 할머니의 젊었을 적 사진이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

- 저 사진은 몇 살 때 입니까? 예쁩니다.

“18살 때입니다. 읍내 사진관에서 찍었는데, 사진 잘 나왔다고 사진관에 오랫동안 걸려 있어 당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스무 살 때 영감님과 결혼했지요.”

방앗간 내부 벽에 걸린 할머니의 18살 때 사진. 읍내 사진관에 오랫동안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사진=조해훈
방앗간 내부 벽에 걸린 할머니의 18살 때 사진. 읍내 사진관에 오랫동안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사진=조해훈

- 옛날에는 방앗간에 일이 많았지요?

“옛날에는 잠을 잘 겨를도 없이 일을 했지요.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녹차씨가 다 볶아졌다. 다라이에 담긴 씨가 뜨거워 할머니는 몇 번 손으로 쓰윽 쓰윽 저었다. 그런 다음 옆의 압착기에 씨 일부를 넣었다. 압착기에 전기를 넣으니 조금 있다 누런 기름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참기름만큼은 아니지만 약간 고소한 냄새가 났다. 숟가락으로 조금 맛을 보았다. 기름이다보니 미끈하고 고소한 맛이 있었다. 그렇게 기름을 다 받으니 소주병으로 3병 반가량 되었다.

할머니는 이러한 모든 작업 공정을 숙달된 프로답게 척척 손놀림 좋게 마무리를 하셨다.

볶은 녹차씨를 압착기에 넣자 기름이 되어 노랗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조해훈
볶은 녹차씨를 압착기에 넣자 기름이 되어 노랗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조해훈

압착기 옆에 붙은 ‘압착 식용유 요금표’를 보니 참기름 1되에 1만9000원, 들기름 1.2kg에 4000원, 산초기름이 1kg에 5000원이었다.

화개지역에서는 녹차씨가 혈관, 특히 뇌혈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녹차씨 기름을 구입해 먹으려면 상당히 비싸다. 박카스병 정도의 크기의 용기 하나에 2년 전에 화개장터에서 16만 원에 팔고 있었다.

압착기 옆 벽에 붙은 '압착 식용유 요금표'. 사진=조해훈
압착기 옆 벽에 붙은 '압착 식용유 요금표'. 사진=조해훈

필자는 심장 혈관이 좋지 않다. 물론 당뇨도 심하다. 그러다보니 녹차씨를 해마다 짜 마신다. 벗인 황근희 영대글벗문학회장과 같은 문학회 멤버인 다학 옥수찬 등과 나눠 마시려는데 쉽지가 않았다. 내년에는 어떡해서든 녹차씨를 좀 많이 따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사실 2년 전과 지난해에 녹차씨가 많이 달려 있는 걸 보곤 2, 3일 있다가 따야지 생각하고 차산에 올라가니 누가 말끔하게 따버렸던 것이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에 소재한 덕선방앗간. 이곳에서 녹차씨 기름을 짠다. 사진=조해훈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에 소재한 덕선방앗간. 이곳에서 녹차씨 기름을 짠다. 사진=조해훈

여하튼 집으로 와 숟갈에 녹차씨 기름을 부어 마셨다. 평소에 먹는 심장약·당뇨약·콜레스테롤약·지방간약 등 때문에 변비가 좀 있다. 녹차씨 기름을 꾸준히 마시면 좀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래도 기름이어서 대장에 들어가면 변이 술술 잘 빠지는 것 같았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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