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97) 경남 하동 화개골의 ‘구전민요’ 채록 자료집 발간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97) 경남 하동 화개골의 ‘구전민요’ 채록 자료집 발간
  • 조해훈 기자 조해훈 기자
  • 승인 2022.04.15 22:12
  • 업데이트 2022.04.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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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면 주민자치회, 2021년 청년공동체 사업으로 발간
코로나19 상황서 1년 3개월여 범왕 등 5개 마을서 채록
상여소리·돌배타령·고사리타령 등 내용 다양, 처음 소개

경남 하동군 화개면 주민들에게 구전되어 오는 민요를 채록한 자료집인 『구전민요- 삶의 이야기를 찾아서』가 최근 발간됐다.

화개면 주민자치회가 ‘2021년 지역공동체 시설 활성화를 위한 청년공동체 활동 지원사업’으로 발간했다.

구전민요 채록 활동은 13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2020년 9월 20일부터 시작해 2021년 12월 24일까지 1년 3개월여 동안 참여자의 자택 등에서 진행됐다. 화개면에서도 깊은 골짜기에 속하는 용강리 용강·모암마을, 대성리 의신마을, 범왕리 범왕마을·삼신리 법화마을 주민들이 이번 채록에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70대 후반에서 80대였다. 채록은 화개면주민자치회 직원인 정선화(59) 씨 등이 촬영감독들과 진행했다.

화개면 주민자치회가 발간한 '구전민요-삶의 이야기를 찾아서' 표지. 사진=조해훈
화개면 주민자치회가 발간한 '구전민요-삶의 이야기를 찾아서' 표지. [사진=조해훈]

채록 활동 13회 중 첫 번째 편을 잠시 살펴보겠다.

첫 참여자는 용강마을에서 10대째 이상 살고 있는 김맹곤(1941년생) 할아버지였다. 요즘은 마을에 초상이 나면 대부분 장례식장에서 치르지만 이전에는 화개골에 몇 개의 상여계가 조직되어 있었다. 김맹곤 어르신은 60대에 마을 상여계(喪輿係) 중 하나에서 계장(係長)을 맡아 상여소리를 했다. 2020년 9월 20일 오후 3~5시 그의 집에서 채록을 할 당시 그는 “18년 전에 상이 나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를 한 이후로는 실제 상이 나서 상여소리를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상여가 나지 않았을 뿐더러 이웃에 다른 집들도 있어 내 집에서 상여소리를 하려니 소리가 잘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튿날인 9월 20일 오후3시에 용강마을 정자에서 다시 상여소리를 했다.

모암마을에 거주하는 김필곤(1946년생) 시인은 신흥마을에 있었던 누각 이야기를 전했다.

의신마을에서는 홍수덕(미상) 할머니가 「자장가」와 「돌배타령」·「고사리타령」을 불렀다. 범왕마을에서는 최성래(〃) 할머니가 「화개타령」·「모 심그는 노래」·「논 매는 노래」·「벼 베는 노래」를, 문삼순(〃) 할머니가 「12달 노래」·「고사리 끊을 때 부르는 노래」·「시집 갈 때 부른 노래」를, 이몽실 할머니(1937년생)는 민요 제목은 없지만 다섯 주제로 각기 다른 노래를 불렀다.

범왕마을 이몽실 할머니가 구전민요를 부르는 모습. 출처=화개면 주민자치회 '구전민요' 자료집
범왕마을 이몽실 할머니가 구전민요를 부르는 모습. [출처=화개면 주민자치회 '구전민요' 자료집]

2021년 12월 8일 오후 2시 법하마을에 거주하는 박봉국(1945년생) 할아버지는 주민자치센터에서 상여소리를 했다. 그는 20대 초반에 마을의 1대 상쇠인 고 김용학 씨로부터 상여소리를 배웠다. 그 후 2대 상쇠를 거쳐 3대 상쇠가 되어 상여소리를 했다. 그가 상여소리를 하면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어 마을마다 많이 청해 상여소리를 했다.

박봉국 할아버지는 상여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를 했다.

“상여소리는 3가지 형태가 반복되면서 하게 됩니다.(요릉을 울리면서 부른다)

첫 번째는 상여꾼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상여를 메면서(죽음을 위해서 부르는 노래), 두 번째는 상여를 맨 채로 어울리면서 돌고(노는 노래), 세 번째는 상여를 메고 장지에 올라갑니다(오르다 쉬어가자).

장지까지 올라가다 힘들면 쉬고, 또 올라가고, 쉬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박봉국 할아버지의 상여소리는 용강마을의 김맹곤 할아버지의 상여소리와 내용상 차이가 있다.

마지막 참여자는 2021년 12월 24일에 채록한 범왕마을의 김순례(1945년생)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노래의 제목은 없지만 “산골 큰 애기 삼 삶아 이고~”로 시작하는 긴 민요와 돌배나무를 내용하는 민요 두 종류를 불렀다.

 

'구전민요' 자료집 내지. 출처=화개면 주민자치회
'구전민요' 자료집 내지. [출처=화개면 주민자치회]

이번 구전민요 채록 과정을 주도한 화개면 주민자치회 최효승(61) 간사는 “지리산 화개골 주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구전민요를 사라지기 전에 자료로 남기기 위해 채록을 했다”며, “지역의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지만, 이런 작업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 우리나라 전체의 문화 퍼즐 중 아주 작은 한 조각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록 기간이 마침 코로나 19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마을회관에서는 모임이 금지돼 장소를 어렵사리 구하고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등 채록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화개면의 민요에 대해서는 2018년 하동문화원이 『안성업(安成業)의 화개아리랑』 제목으로 발간한 책자가 있지만, 이번에 채록한 민요들은 수록돼 있지 않다. 이번 채록의 참여자인 용강마을의 김맹곤 할아버지는 “종종 학술적인 목적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다녀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로 볼 때 그가 불렀던 상여소리는 이미 채록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참여자들이 부른 대부분의 민요는 처음 채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1년 9월 현재 화개면에는 9개 리, 20개 마을이 있으며, 1,675세대에 3,367명(남성 1,701명, 여성 1,666명)이 거주하고 있다. 화개면은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는 전국적인 휴양 관광지로 알려져 있으며, 장엄한 지리산과 화개장터, 화개십리벚꽃, 그리고 야생녹차 산지로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외지인들이 귀촌을 많이 하는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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