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51) 사막을 깁는 조각보, 김혜천
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51) 사막을 깁는 조각보, 김혜천
  • 손현숙 손현숙
  • 승인 2022.04.30 07:20
  • 업데이트 2022.05.05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혜천의 첫 시집

사막을 깁는 조각보
                       김혜천

 

 

조각보를 깁는다

보라 옆에 노랑 노랑 옆에 빨강 빨강 옆에 초록

공간이 숨 쉰다

색을 어디에 배치하였는가에 따라

맥문동 꽃밭이 되고

불꽃이 되고

바다 초원이 된다

새로운 시야는 공간을 확장하는 힘

곤의 땅에서는 하늘이 파랗고

붕새의 하늘에서는 땅이 파랗다

정보들이 흘러넘쳐 사막화된 도시

낯선 타자들이 웅성거린다

공간은 물질과 비물질이 횡단하는 패치워크

한 조각에서 다음 조각을 잇는 선을 따라

모래 알갱이들이 사막을 깁는다

 

김혜천 시집 《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을 읽었다. ‘시산맥’. 2022.

나에게 첫, 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당신에게 첫, 은 또 무엇으로 기억이 될까. 지난겨울 천변에 내린 숫눈을 밟으면서 왜 그렇게 가슴이 떨리던지. 뒤를 돌아 밟고 온 그 발자국들은 왜 또 그리도 쓸쓸해 보였는지. 그렇게 고독하게, 치열하게, 가열차게 첫, 시집을 상재한 시인을 안다. 한 땀 한 땀 조각보를 깁듯이 삶을 살았던 시인. 그 삶이 사막이 되고 하늘이 되고 곤이 되고 붕새가 되고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때까지 깁고 또 기워서 기어이 그곳에 닿고 싶은 시인. 그 뜨거운 가슴은 이미 열두 번째 죽음을 경험했으리니.

김혜천 시인

시인이여, 무주공산을 두루 돌아 오늘에 이르렀으리니, 다시 떠나갈 채비를 서두르시라. 거기 또 다른 당신이 팔 벌리고 서 있을 것이니, 그곳에서 다시 또 이곳으로 발 벗고 돌아오시라. 김혜천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