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환경칼럼]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
[김해창 교수의 환경칼럼]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22.05.25 07:30
  • 업데이트 2022.05.24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픽사베이]

현대 생활은 자동차를 빼놓고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자동차의 가격도 수 천만 원하는 국내 소형차에서부터 억대에 이르는 고급 외제차까지 다양하다. 외국 유명 고급브랜드 자동차는 수십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동차를 위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승용차 한 대당 수 천만~수 억원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 

일본의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宇沢弘文)는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自動車の社会的費用)』(1974)이란 책에서 도쿄도를 모델로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였는데 1974년 현재 자동차 한 대당 약 1200만 엔(약 1억2000만 원)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1973년도 도쿄도를 기준으로 너비 5.5m의 도로 총연장 6882km에 해당하는 용지(9114㎢) 비용과 보·차도 분리 등 관련 건설비 총액 24조 엔을 당시 도쿄도 등록차량 수인 200만 대로 나누면 1대당 1200만 엔이 나온다. 이자분만 치더라도 자동차 한 대당 연간 200만 엔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란 개념은 어떤 경제활동이 시장거래를 거치지 않고 제3자나 사회 전체에 직접적, 간접적 피해를 주는 ‘외부 불경제’와 관련이 있다. 이 외부 불경제 가운데 발생자가 부담하지 않는 부분을 1950년 카프(K.W.Kapp)가 ‘사회적 비용’이라 이름 붙였는데, 우자와가 이를 자동차에 적용해 계산했다.

우자와는 그 뒤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재론(再論)」(『세카이(世界)』, 1990년 9월호)’에서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고 썼다. 도쿄도의 도로연장은 1989년 현재 1만8988km이고 도쿄도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1990년 현재 442만9000대로, 자동차도로 확충을 위한 총 투자액은 용지취득비 343조6700억 엔, 보도 및 완충대 설치비 1조3671억 엔 등 모두 합하면 약 345조 엔이다. 총 투자액을 도쿄도의 총 자동차 등록대수로 나누면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한대당 무려 7790만 엔이나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연간 200만 엔이라는 금액은 1968년 일본 운수성(運輸省)이 계산한  대당 7만 엔, 1971년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대당 17만8960엔과 비교했을 때 자릿수 자체가 다른 큰 액수였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것은 우자와의 경우 ‘자동차의 존재로 인해 무엇을 잃고 있는가’, 즉 ‘자동차사회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누릴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를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에서 접근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시민은 모두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권리, 자유롭게 길을 걸을 권리, 생명을 위협당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데 자동차의 존재가 그러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우자와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자동차를 이용하려면 얼마만큼의 투자가 필요한가를 계산에 넣어 최소한 차도를 좌우 4m씩 넓히고 보도와 차도를 가로수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 비용을 포함한 것이었다.

가미오카 나오미(上岡直見)는 『자동차의 불경제학(クルマの不経済学)』(1996)에서 ‘노상주차의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나게 크다고 강조했다. 노상주차의 경우 승용차 1대당 1.6명이 승차한다고 가정할 때 1시간에 750대의 차가 다니는 길에 승용차 1대가 노상주차를 하면 시간당 400대, 즉 640명의 도로 이용기회가 박탈당한다. 일본인 1명의 평균 시간가치를 39.3엔으로 치면, 시간당 150만9000엔의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가미오카는 결론적으로 노상주차의 경우 분당 2만5150엔(약 25만 원)의 벌금을 징수해야 할 정도라고 강조한다. 

또한 가미오카는 자동차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첫째, 1년에 약 1만 명의 생명을 잃어버린다. 둘째,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셋째, 건강이다. 즉 천식, 호흡기장애, 꽃가루알레르기, 환경호르몬과 다이옥신의 증가, 뼈나 근육의 퇴화를 유발한다. 넷째, 자동차로 인해 위협을 느끼거나 보도의 무단주차 또는 배기가스 등으로 인해 즐겁게 걷거나 자전거를 탈 권리를 빼앗긴다. 다섯째, 경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여섯째,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일곱째, 자동차로 인해 조용한 생활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인류 최대의 발명품의 하나인 자동차. 그러나 자동차는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심각한 배기가스문제를 안고 있으며 오늘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자동차와 관련해 지구에 유해한 물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미오카는 『지구는 자동차를 견뎌낼 것인가(地球はクルマに耐えられるか)』(2000)라는 책에서 자동차의 제조·주행·폐기 과정에 관계되는 각종 유해물질만 130가지 항목이나 된다고 밝혔다. 주행시의 배기가스 공해만이 아니라 자동차의 제조·주행·폐기 전 과정에 걸친 종합적인 오염체계로 다룰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제조시에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중금속류, 벤젠, 톨루엔, 키시렌, 내분비교란물질이 배출된다. 주행시에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입자상물질, 중금속류(타이어·도로분진), 톨루엔, 벤젠, 다이옥신, 옥시던트, 알데히드류가 배출되고 열오염, 소음, 진동 그리고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 폐기시에는 중금속류(슈레더 더스트; shredder dust), 프레온, 내분비교란물질이 나온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열오염, 프레온이 지구온난화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스키타 사토시는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1996)에서는 자동차를 바로 볼 것을 주장한다. 자동차가 편리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아이들의 놀 권리를 빼앗고, 우월감 및 외부에 대한 무관심을 가져오는 등 문제가 많다고 비판한다. 또한 쉽게 운전면허를 내주는 제도의 허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 자동차 제조·판매·인허가권을 사실상 포기한 정부,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 등은 심각하다고 말한다. 특히 자동차의 파괴력을 생각할 때 자동차에 의한 사고는 단순 과실이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해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3000~4000명 수준이다. 

김해창 교수
김해창 교수

이에 대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자동차 절대수 줄이기가 필요하다.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새차를 사려면 차량 한 대 값에 버금가는 보유허가증(COE)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해 자동차 총량을 규제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 그리고 ‘도심안전속도 5030’을 제대로 지키도록 만들고, 도심 주거단지나 놀이터에 진입 제한, 차·보도 완전분리, 운전자격의 엄격화, 전기·수소차 등 차량의 친환경화 등이 절실하다. 

이러한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사실은 자동차 제조회사나 차량 소유·운전자가 부담해야 할 성질이지만 문제는 자동차를 몰지 않는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무임승차’를 없애고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공평히 부담토록 하기 위해 자동차에 종합적인 환경세를 부과하고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에게는 매월 교통수당을 지급하거나 연말정산에서 일정액을 공제해주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