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43) 길 위의 아포리즘 - 박화남
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43) 길 위의 아포리즘 - 박화남
  • 이광 이광
  • 승인 2022.08.10 10:12
  • 업데이트 2022.08.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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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아포리즘
                          박화남

 

 

짓밟혀 혀가 굳었다
백 원짜리 동전 하나

온몸에 멍이 든 채
바닥을 안고 있다

뜨겁게
무릎을 꿇고

부릅뜬 눈
감지 않고

 

박화남 시인의 <길 위의 아포리즘>을 읽는다. 제목에 끌려 작품 속 길 위로 들어가 작가와의 소통에 몰입한다. 초장의 전구가 심상치 않다. 짓밟혔음은 힘에 의해 제압당한 상태이고, 혀가 굳었음은 그에 대한 발언을 일절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지배계급이 폭정에 시달렸던 시대를 연상해볼 틈도 없이 당사자는 바로 ‘백 원짜리 동전 하나’임이 밝혀진다.

요즘은 아이들도 길에 떨어진 백 원짜리 동전은 주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히 중장에서처럼 녹이 슨 채 바닥에 들러붙은 동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분명 돈이지만 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능력이나 처지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똑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정규직이기에 그러한 처우가 당연하다는 잘못된 관행이 그들을 짓밟고 혀를 굳게 하는 것이다.

‘멍이 든 채/바닥을 안고 있’는 동전을 통해 작가는 이 땅의 핍박 받은 약자들을 불러낸다. 비록 무릎을 꿇고 있지만 그들 또한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부릅뜬 눈/감지 않’고 있다는 건 사람답게 살고 싶은 강렬한 의지의 작용이 아니겠는가. 길 위의 아포리즘은 독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펼쳐질 것 같다.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백 원도 돈이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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