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18) 나광호 다예촌장 ‘내가 만난 古樹茶’ 주제, 목압서사 8월 특강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18) 나광호 다예촌장 ‘내가 만난 古樹茶’ 주제, 목압서사 8월 특강
  • 조해훈 기자 조해훈 기자
  • 승인 2022.08.31 09:00
  • 업데이트 2022.08.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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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운남성 고반장 마을서 고수차 생산 차인
코로나로 중국 가지 못해, 울진서 다예촌 운영
참석자들 강의중 고수차 등 여러 차 계속 마셔

지리산 화개골 목압마을에 위치한 목압서사(원장 조해훈)는 26일 오후 6시 30분~9시 30분 서사 내 연빙재(淵氷齋)에서 나광호(59) 다예촌 촌장을 초청해 ‘8월 초청 인문학특강’을 개최했다. 강의 주제는 ‘내가 만난 古樹茶(고수차)’였다.

나 촌장은 10여 년 전부터 중국 운남성의 포랑산에 있는 노반장(老班章)마을에서 대엽종인 고수차를 만들고 있는 차인(茶人)이다. 경북 울진의 덕구온천 인근에서 전국의 차인들과 차를 마시며 소통하는 공간인 다예촌(茶藝村)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노반장 마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강의 시작 전 먼저 온 사람들이 목압서사 입구인 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강의 시작 전 먼저 온 사람들이 목압서사 입구인 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가 나광호 다예촌장. 사진=목압서사 제공

그는 이날 많은 자료를 PPT로 준비해 모니터로 보여주면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백경동 차사랑 회장, 이승관 다우찻집 대표, 김평부 구례 산동의 휴휴차실 대표 등 8명이었다. 나 촌장의 이날 강의 내용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가 노반장마을에 가 고수차를 생산하는 이유는 대충 이러했다. 그곳의 고수차는 가장 먼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밀식(密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필자에게 “원장님의 차밭은 고도가 얼마나 됩니까?” 필자는 “글쎄요. 해발 500m 정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목압서사 연빙재 앞에서 강연자와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목압서사 연빙재 앞에서 강연자와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그러자 나 촌장은 “노반장 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해발 1700m가 넘는 고지이다.”며, “자료를 보면 연평균 기온은 18.7℃, 연평균 일조량은 2088시간, 연평균 강우량은 1341~1540㎜”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안개가 많아 연평균 안개는 107.5~160.2일”이라고 정리했다. 게다가 “이러한 기후 조건에다 토양의 유기질이 풍부하고, 운무가 짙으며 습도가 높아 고수차의 생육에 아주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둘째, 노반장 차산의 고수차는 전통제다법에 따라 만든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인 소수민족들이 직접 손으로 신선한 잎을 딴다. 나 촌장 역시 손으로 채엽하여 차광을 한 상태에서 햇볕에 말린다. 차를 덖을 때는 가스(LPG)를 사용하지 않고 장작을 화력으로 쓴다. 나 촌장이 높은 고수차 나무에 올라가 찻잎을 채취하는 모습과 채광을 한 후 찻잎을 말리는 모습, 차솥에 장작으로 불을 지펴 차를 만드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강의를 했다.

나광호 다예촌장이 강의를 하는 모습. 사진=목압서사 제공
나광호 다예촌장이 강의를 하는 모습. 사진=목압서사 제공

셋째, 나 촌장이 고수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는 “제가 채취하는 고수차는 수령이 300년 이상으로, 차맛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떫은맛과 단맛이 동시에 나다가 떫은맛은 사라지고 단맛만 강하게 난다”고 말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그가 생산하는 고수차는 쓴맛과 떫은맛은 빨리 사라지고 1분 정도 지나면 단맛으로 돌아온다. 즉 단맛이 오래 지속되며, 고수차 만의 특유의 향인 난초향과 유사한 향이 돋보인다.

노반장의 고수차는 700, 800년 전에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촌장은 “노반장 마을은 중국과 미얀마 국경에 인접해 있는 오래된 보이차 생산지”라며, “오지여서 교통이 좋지 않아 고차수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강의 후 연빙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강의 후 연빙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최근 들어 차상(茶商)뿐 아니라 차인들에게조차 노반장 고수차가 ‘보이차의 황제’라고 불리고 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오지여서 비가 내리면 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물웅덩이가 생기곤 했다.”며, “지금은 포장이 다 되고 차 상인들이 타고 다니는 비싼 외국 차량들이 즐비하게 노반장 마을을 찾는다”고 했다. 나 대표는 실제 외제차들이 노반장 마을로 줄을 이어 들어오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만큼 그곳의 고수차가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나 촌장은 “올해 봄 노반장 고수차의 모차는 1k당 15,000위안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다.”며, “고수차의 인기가 갈수록 높은 데다 찻잎의 생산량이 아주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노반장 상호로 팔리는 차들 중 주변 산지에서 온 찻잎들을 섞어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라며, “이들 차는 외형과 식감은 비슷하지만 노반장 고수차가 가지고 있는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빙재의 불을 소등한 채 김평부 휴휴차실 대표가 판소리 대목을 부르며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연빙재의 불을 소등한 채 김평부 휴휴차실 대표가 판소리 대목을 부르며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노반장 고수차가 ‘차의 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차품(茶品)이 좋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 촌장은 “그래서 이 고수차를 마셔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 맛을 결코 잊을 수 없어 다시 찾는다.”는 말했다.

그리하여 차 품평가들은 대체로 이 고수차를 두고 “찻잎은 진녹색으로 윤기가 있으며, 차 맛이 두껍고 중후하면서 맛이 풍부하다.”고 한다.

나광호 다예촌장이 중국 운남성 노반장 마을에서 고수차를 만들고 있다. 사진=나광호 제공
나광호 다예촌장이 중국 운남성 노반장 마을에서 고수차를 만들고 있다. 사진=나광호 제공

나 촌장은 “노반장 마을의 고수차는 연간 생산량이 4t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제한돼 있다.”며, “2003년 이후 대량으로 재배된 차 등을 포함해도 연간 청모차가 50t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반장 고수차가 세상 최고의 차라는 것은 아니다. 더 맛있는 차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가 오랫동안 중국차를 마시고 차를 만들어 온 경험 등으로 비추어 보면 고수차가 상대적으로 아주 뛰어난 차라고 생각해 계속 만들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나광호 다예촌장이 노반장 마을에서 직접 만든 고수차를 건조시키고 있다. 사진=나광호 제공
나광호 다예촌장이 노반장 마을에서 직접 만든 고수차를 건조시키고 있다. 사진=나광호 제공

참석자들은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노반장 고수차 등을 계속 마셨다. 오후 8시 넘어 강의가 끝나고, 김평부 휴휴차실 대표가 기타와 대금으로 그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등 특강 후의 시간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매달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열리는 목압서사의 특강 내용이 다양하고 유익해 많은 도움이 된다.”며, “화개 주민들께서 바쁘시겠지만 더 많이 참석해 강의를 함께 들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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