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51) 통일론 - 최영효
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51) 통일론 - 최영효
  • 이광 이광
  • 승인 2022.10.05 10:19
  • 업데이트 2022.10.0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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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론
                             최영효

 

 

농부는 논두렁에 콩 세 알을 심었다

한 알은 벌레가 먹고
한 알은 날새가 먹고

한 알은
싹을 틔워서

남과 북이 나눠 먹지

 

개천절을 맞아 최영효 시인의 <통일론>을 읽는다. 남과 북은 단군을 시조로 하는 건국신화를 공유하는 겨레이다. 과거 남북은 단군릉에서 공동으로 개천절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필자와 같은 세대는 ‘우리의 소원’이란 노래를 애국가 못지않게 자주 불렀고, 통일이 국민적 염원임을 명심하며 성장했다. 분단 70여 년이 흐른 지금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뒤로 쑥 밀려나 있는 분위기다.

‘논두렁에 콩 세 알을 심었다’는 건 한 곳에 세 알씩 심었다는 말이다. 그 속엔 중장에서 언급한 대로 자연과 함께하는 공존의 정신이 자리한다. 실제로 콩알은 벌레와 짐승의 몫이 되기도 했고 그리하여 싹 트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두 개 이상 나오는 경우도 있어 모종을 옮겨심기도 하였다. 종장에 와서는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공동체 정신이 남북을 잇는다. 논두렁에 심는 콩은 소출을 장에 내기보다 주로 식구들끼리 먹을 양식으로 삼는 것이다. 그것을 형제와 나눠 먹는다 함은 이념을 뛰어넘는 인성이다.

종장 전구는 두 행으로 한 연을 이루어 무엇이든 싹을 틔우는 건 의미가 있음을 암시한다. 큰일을 앞두고 싹이 트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공을 들일 줄 알아야 한다. 통일 쌀 나누기 운동 등 여러 단체에서 남북교류의 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나눈다는 건 행위가 아닌 정신이란 사실을 남북이 유념하면 좋겠다. 나눔은 서로가 다름없음을 신뢰하고 하나 되는 길이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