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10-꽁트】 뛰는 놈, 나는 놈 - 백승휘
【시민시대10-꽁트】 뛰는 놈, 나는 놈 - 백승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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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3 08:00
  • 업데이트 2022.11.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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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휘 소설가

마봉달 영감이 오토바이 꽁무니에 구루마를 매달고 쌩 달린다. 넘어질 듯 위태하게 쌓인 폐지더미 위로 묶인 고무줄 바가 팽팽하다. 마봉달 영감이 얼마 전 사들인 중고 오토바이에선 연소되지 않은 시커먼 연기가 벌씸벌씸 뿜어져 나온다. 마 영감은 그 연기가 좋은지 코를 벌룽벌룽해서는 냄새를 킁킁 맡는다. 아니 그렇겠나. 평소 폐지 줍는 노인을 보고 손가락질하던 영감이 폐지로 신분 상승을 했으니. 폐지 줍는 걸 거지 같이 취급하던 작년과 다르게 폐지로 요족한 삶을 사는 요즘은 그저 만면 가득 웃음이다.

오토바이 꽁지를 물고 따라오는 구루마에 가득 담긴 폐지를 보면 흐무뭇한 미소가 절로 인다. 구루마로 꽉꽉 눌러 담았으니 kg당 백 원으로 쳐도 한탕 당 팔천 원이다. 꽤 쏠쏠한 수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천하다고 눈길도 주지 않던 폐지 줍는 일에 열 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는 것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저 정도면 고물상 문 닫을 시간까지 족히 다섯 탕을 뛰고, 폐지값이 내리긴 했어도 사만 원은 받을 상 싶다.

폐지값이 내린 것은 서울을 하나님께 통째 봉헌하겠다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고 도시미관 조성사업이라는 제목의 토론이 벌어진 다음 날부터 시작됐다. 도심 곳곳에 거점을 둔 고물상들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한마디로 지저분하니 도심 외곽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고물상 업주들이야 손해날 것은 없었다. 아무리 4대 강을 하수구 개흙 퍼내듯이 삽질해도 고물상은 엄연히 개인 재산이요,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라고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정부는 외곽 땅을 거진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말과 함께 고철을 싣고 나르는 자동차 기름값도 반을 대주겠다고 고물상 업주들을 설득했다. 고물상 업주들은 그 제안을 안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정부의 파격적인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그런데도 이왕 떠날 거면 값을 후려쳐서 받자는 용심을 부렸다. 그런데 그것은 실책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사회 형평성 논란에 반대되는 여론이 조성되고, 분위기는 정부와 고물업자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부는 입 밖에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명분이 필요했다. 그때 ‘스브스’ 방송국에서 카메라 앵글이 돌며 폐지 줍는 할머니 동선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폐지를 실은 작은 카트와 그걸 끌고 가는 할머니를 카메라가 좇기 시작했다. 헐렁하게 묶인 고무줄을 밀고 폐지가 카트 한쪽으로 쏠리자 카트도 기우뚱거렸다. 또한, 울퉁불퉁한 보도블록보다 평평한 아스콘으로 깔린 차도로 나온 할머니를 카메라가 바짝 당겨 잡았다. 자동차가 치일 듯이 비껴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사고 없이 고물상에 도착해서 카트에 실린 폐지를 저울에 단다. 작은 카트에 신문지와 라면 종이상자를 있는 힘껏 눌러 담았어도 10kg도 안 되는 무게로 받는 돈은 겨우 1천 원이다. 그것도 값을 후하게 친 것이라는 고물업자 말에 할머니는 두 손을 조아려 받는다. 할머니를 돌려세운 기자는 할머니 소원이 무어냐고 묻는다. 기자에게 제발 이 고물상이 멀리 안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비손 빌듯이 한다. 이 말을 끝으로 마이크를 자기 턱밑으로 거둔 기자는,

“에, 국민 여러분 보시다시피 이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고물상이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도시 확장성 면에서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가난한 자를 보듬고 공존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아니겠습니까?”

참 좋은 멘트였다. 제 딴 데도 자기가 한 멘트가 멋있었는지 어깨를 우쭐한다.

기자의 멘트는 반향이 컸다. 고물상을 옮기지 않는 대신 담장을 색색들이 그림으로 치고 높이 쳐서 칙칙한 고물상 이미지를 없애고, 폐지 수거 가격을 높여 노인들 생계를 일정 정도 담보하고, 폐지 수거를 업으로 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본보기로 삼아 노인 고용지수를 높이려는 계획으로 정부가 방향을 틀었다.

이때 폐지를 모아 팔아 쏠쏠한 재미를 보는 노인들이 생겨나자 방금 노인 세계에 발 들여 놓은 젊은 축들도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마봉달 영감이었다.

봉달 영감은 반지빠르게 행동했다. 할머니들이 손수레를 끌고 어디까지 갔다 오는가 하는 것을 지켜봤고, 남자 노인들이 구루마로 얼마나 담는가를 살폈다. 그중 자전거로 손수레를 매달아 끌고 가는 것도 유심히 보았다. 고물상 앞에서 할머니들이 몇 번 오가는지, 폐지 줍는 반경이 얼마나 되는지, 또한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남자와 자전거로 운송하는 남자의 왕복횟수도 수첩에 꼼꼼하게 적었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다니는 동선을 체크했다. 그것은 봉달 영감이 자신의 머릿속에 번개같이 떠오른 기발 찬란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폐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었다.

공교롭게도 장로 대통령이 절간에서 공양을 받고 난 후 새 시대 새 패러디임이란 주제로 국무회의를 주재하였다. 마 영감은 눈치 빠르게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여태껏 생각지도 못한 운송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손으로 주워 발로 이동하던 전근대적인 운송방법을 버리고 오토바이라는, 감히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획기적인 운송방법을 고안해낸 것이었다. 오토바이, 더 힘 있고 빠르고 먼 거리까지 가는 오토바이.

봉달 영감은 젊었을 때 중국집에서 배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루마를 달고 오토바이를 나는 듯이 가서 폐지를 싹쓸이했다. 폐지를 산더미 같이 쌓았다. 오토바이가 부릉! 하고 한 번 엔진을 떨면 술집이건, 슈퍼건, 마트건 하다못해 일반 주택의 폐지마저 남아나지 않았다. 구루마를 힘들게 끌고 가는 영감도, 카트를 끌고 가는 할머니도 자기 앞을 쌩하고 지나가는 마봉달 영감을 번연히 눈 뜨고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러나 싹쓸이는 시장 교란을 넘어 폐지 업 전체를 고사, 전멸을 가져오는 독점이었다. 그것은 곧 폐지 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 같은 짓이었다. 마봉달 영감은 여러 곳에서 손가락질을 받자 영업방식을 바꿨다. 할머니에게 폐지 지역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기존 영업권을 넘겨받는 방식이었다. 그것은 이랬다.

할머니 지역을 아무도 넘보지 못하도록 관리해주고 대신 카트 1회당 폐지 2kg을 자신에게 바쳐야 한다는 방식이었다. 매우 불공정했지만, 수입의 십 분의 일을 너나 할 것 없이 공평하게 일괄 떼는, ‘갹출의 평등’이었기에 할머니들은 마봉달 영감의 제안한 것을 수용했다. 싹 쓸어가서 아무것도 못 쥐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마봉달 영감은 가만히 힘 안 들이고 스무 명의 할머니에게서 100kg이 넘는 폐지를 건네받았다. 말 그대로 손 안 쓰고 코 푸는 격이었다. 그런 할머니들에게 카트를 고쳐준다는 명목으로 수리비까지 챙겨 자전거포를 인수했다. 그냥저냥 써도 되는 바퀴를 억지춘향을 써서는 수리비 외 공임비를 청구했다. 그렇게 폐지점포와 카트 수리소를 늘렸다. 거기다 할머니들이 다치면 큰돈 들어가니 미리미리 모아두어 급할 때 쓰자는 보험비 명목으로 또 돈을 걷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시니어 리필 케어’다.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와 그것으로 생활안정대책이 노인복지의 최우선임을 강조하던 정부 정책을 완벽히 이해한 것이다.

사업이 날로 번창하는 이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에게 적합한 직종의 개발과 그 보급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며 근로 능력 있는 노인에게 일할 기회를 우선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노인복지시설은 국가 또는 지장자치단체가 설치할 수 있으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이외의 자는 그 설치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한 구청 직원이 나서서 노인복지재단을 만들 것을 권유했다.

정부지원금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로 마봉달 영감을 꾀는 자는 7급 주무로서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자였다. 퇴직이 낼모레라 퇴직 후 자리가 필요했다. 이미 물 좋고 그럴싸한 자리는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다 차지해서 자기한테 돌아올 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이냐 싶게 마봉달 영감이 호박을 안고 왔으니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봉달 영감에게 접근해서는 재단 심사에 필요한 서류와 등록하는 방법과 그밖에 필요한 절차를 가르쳐주었다. 사무실도 지원받았다.

마봉달 영감은 믿기지 않았다. 이 나이에 이런 감투를 쓸 줄은 몰랐다. ‘시니어 리필케어’ 복지 소장이라는 명함이 눈에 어른거렸다. 소장이다 소장. 태어나서 언감 꿈도 꾸지 못했던 장이다 장. 장기판에서 장만 받아봤지 이런 장은 처음 받아보았다.

가슴이 뛰었다. 내친김에 아들내미를 꼬드겨 적금 하나를 깨서 장 자리에 걸맞은 중고 자동차 한 대를 사들였다. 큰맘 먹고 양복도 한 벌 빼입었다. 이곳저곳에서 인사받을 걸 생각해서 명함도 만들었다. [시니어 리필케어 소장 마봉달]

마을과 약간 동떨어진 곳이지만 사무실도 얻었다. 소파가 들어오고 테이블이 놓이고 거울을 걸었다. 구색은 다 갖췄다. 번듯했다. 드디어 소장이 앉을 브라운 색깔의 책상이 들어왔다. 책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자 마지막 명패가 들어왔다. 두둥 심장이 뛰었다. 명패는 얇은 스티로폼에 곱게도 싸였다. 행여 흠집이라도 날까 싶어 싼 것이다.

주문한 것은 값싼 아크릴 명패가 아니었다.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 만든 나전칠기 명패였다. 스티로폼을 벗겨내었다. 아이 다루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었다. 진주와 비취색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있어야 할 마봉달의 ‘마’ 자는 없고 우선렬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렬은 이 사업의 절차를 처음부터 알아서 해주던 구청 복지과 7급 주사의 이름이었다. 마봉달 영감은 그때야 속았음을 알았다. 뜯기 전에 두근거리게 했던 명패가 마봉달 영감 손의 온기를 느낄 새도 없이 박살나고 말았다.

 

백승휘
백승휘

◇ 소설가 백승휘

▷고용노동부 주관 제39회 근로자문학제 단편소설 <땅개> 금상 수상.

▷방송통신대학교 주관 제43회, 44회 방송대 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그녀와 미숙이>, <명암 방죽> 입선.

▷사단법인 인본사회연구소 <인본세상> 편집위원(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