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랭이 논
박홍재
눈높이 층층 계단 깨금발로 선 논배미
저녁 답 산 그림자 갸웃하게 견줘보니
비탈을 그린 포물선 활 등 같은 태극무늬
등골이 휘어지도록 지게 짐 흙을 날라
아버지 굽은 등에 얼룩으로 남은 눈물
봄 햇살 헹구어 놓은 잔디밭을 일구셨다
손수 심은 미루나무에 까치집도 올려놓고
논귀 밭귀 땅 고르며 저 세상을 그렸을까
논두렁 베고 누워서 묵정논을 지키신다
- 시조집 《말랑한 고집》에서

<시작 노트>
사는데 가장 힘든 것이 배고픔이다.
손바닥 만한 땅만 있어도 일구어 곡식을 심었다.
다랭이 논이다.
지게로 힘들여 농사짓던 것이다.
그 힘들었던 땅이 이제 영원한 유택이 되었다.
그렇게 정성을 쏟고 애를 쓰던 그 다랭이 논이.
바라보면 눈물이 쏟아진다.

◇박홍재 시인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ㄷㄷㅏ랭이논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