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양자론 오디세이 (21) 종착역 - 양자론에 담긴 우주관, 관계망 우주관
【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양자론 오디세이 (21) 종착역 - 양자론에 담긴 우주관, 관계망 우주관
  • 조송현 기자 조송현 기자
  • 승인 2022.12.05 14:11
  • 업데이트 2022.12.0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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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8(화) 양자론 오디세이 (21)  - 양자론에 담긴 우주관, 관계망 우주관 

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하죠.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Q1.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고 있습니다. 
상식과 직관을 뛰어넘는 
양자론 오디세이..
이시간에
양자론의 태동과 전개.. 
그리고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비롯해서 
양자론의 최신동향까지 
주욱 짚었는데..
아쉽게도 오늘이 
종착지이라구요? 


-> ‘양자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슈뢰딩거 고양이, 
코펜하겐 해석,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으로 장장 7개월간 달려온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여행’이 
어느덧 종착역에 다다를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EPR 논쟁에 이은 아스페의 얽힌 광자 실험에서 
이미 양자론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Q2. 네. 장장 7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는데..
그 마지막 종착지 어딘지 궁금합니다. 

-> ‘양자론에 담긴 우주관은 무엇인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Q3. 양자론 하면, 
지극히 작은 세계..
미시세계의 물리학..
이렇게들 생각하는데..
이게 우주관과 연결된다니
뜻밖이다.. 싶습니다. 
자.. 여기서 얘기하는
우주관이 뭔지부터 
일단 좀 짚어야겠어요. 


-> '우주관'은 과학의 입장에서 본 우주에 관한 체계적인 견해를 말합니다. 사람들이 논리적인 근거를 갖고 긴 세월 동안  '우주는 무엇이다'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그 시대의 우주관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이를테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고대와 중세 이후의 대표적인 우주관입니다.

이 우주관은 우리가 흔히 쓰는 세계관이라는 말과 비교됩니다. 세계관이 인간의 문제나 인간 존재에 관한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견해를 말한다면, 우주관은 우주에 관한 과학적 견해이죠. 세계관은 우주 속의 인간에 관한 철학적 견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주관의 변화에 따라 세계관도 바뀐다는 것입니다.


Q4. 네. 양자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주관의 변천사.. 
함께 좀 짚어볼까요? 


-> 예, 그게 순서이겠지요. 우주관은 세계 어디에나 있었지만 여기서는 현대 과학의 뿌리인 유럽의 우주관으로 한정하겠습니다. 고대 우주관 중에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피타고라스의 수학적 우주관을 꼽습니다. 이 우주관은 우주가 수학적인 원리에 따라 운행된다고 합니다. 그보다 2000년 후의 인물인 갈릴레이는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고, 그 철자는 삼각형, 원, 기타 기하학적 도형들이다. 그것 없이는 인간은 단 한 글자도 이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갈릴레이 역시 수학적 우주관을 신봉한 것이죠. 오늘날 우주의 법칙, 즉 물리법칙은 예외 없이 수식으로 기술됩니다. 피타고라스의 놀라운 우주관이죠.


Q5.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다.. 
현대의 물리학자, 철학자의 말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요. 
무려 2500년 전에 
이런 통찰을 내놓다니 
놀라운데.. 
이후 우주관의 전개과정도 
궁금합니다.

-> 피타고라스의 수학적 우주관은 서양 철학원 태조로 불리는 플라톤에게 직접 영향을 끼쳤어요. 플라톤의 우주론을 담은 대화편이 ‘티마이오스’인데, 티마이오스가 바로 피타고라스의 제자 이름이거든요. 플라톤은 자신의 아카데메이아 정문에 “수학을 모르는 자는 발을 들이지 말라”라는 문구를 내걸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죠.

Q6. 철학자로 알고 있었는데, 플라톤이 수학에 조예가 깊었다니 재밌습니다.

-> 플라톤은 수학을 사유의 도구, 혹은 이데아 세계를 이해하는 사유의 모형으로 생각했어요. 현상의 배후에 있는 세계, 보이지 않지만 본질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수학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수학의 세계는 이상적인 세계이거든요. 플라톤이 내세운 우주관을 ‘기하학적 우주관’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과학혁명기 천문학자 케플러한테 깊은 영향을 끼쳤죠.

Q7. 플라톤 다음은 아리스토텔레스인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를 부정했다고 들었는데, 우주관은 어떤가요?

-> 맞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 즉 이 세상 넘어 이상적인 세계를 부정하고 이 세상이 실재이자 본질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플라톤을 계승했어요. 그의 우주관은 간단히 ‘생성·소멸의 지상세계 – 영원·완전성의 천계’로 요약됩니다. 이게 17세기 갈릴레이까지, 거의 2000년 이상 유럽사회의 의식을 지배했죠. 

Q8.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도 아이스토텔레스의 우주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고대 우주관에서 완전히 벗어난 때는 언제인가요? 뉴턴?

-> 그렇습니다. 1687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에서 우주의 운행은 이렇게 한다는 걸 수식으로 표기했죠. 이건 인간이 우주를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선언인데, 엄청난 거죠. 이로부터 진정한 이성의 시대, 인간의 시대가 개막된 거죠. 특히 뉴턴의 공식은 ‘현재 상태를 알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선언하거든요. 영국 역사학자 허버트 버터필드는 『근대과학의 기원』에서 “기독교 발생 이후의 모든 것을 무색케 하는 것이며,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을 단순한 삽화적인 사건에 지나지 않은 위치로 끌어내린 사건”이라고 평가했어요.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기계론적 우주관, 결정론적 우주관이 탄생한 겁니다. 이게 오늘날까지 영향을 인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어요.

Q9. 드디어 양자론의 우주관이 등장할 차례이네요. 양자론이 20세기 초에 등장해 중반에 이미 꽃을 피웠는데 아직까지 뉴턴의 기계론적 우주관이 지배하고 있다고요? 

-> 그러게 말입니다. 수학자이자 역사가고, 『인간 등정의 발자취』의 저자 제이콥 브로노우스키가 한 말이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일어난 제2차 과학혁명으로 인류가 획기적인 역사를 쓰고 있는데도 역사가들은 아직도 한가롭게 1차 과학혁명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과 인간의 미래』에 나오는 글입니다.

Q10. 그렇군요. 아마 양자론이 우리가 그동안 여행한 대로 ‘상식과 직관에 반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이 오늘은 ‘우주관 오디세이’를 했네요. 마지막 종착역은 양자론의 우주관이네요.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 과학철학자인 최종덕은 “양자론의 우주관은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고 했어요. 현대 서양철학의 거장인 화이트헤드는 “자연은 거대한 유기체적 관계망의 총체”라고 정의한 바 있거든요.

이스라엘 과학철학자 막스 야머는 “양자론의 핵심은 관계성과 전체성”이라고 요약했어요. 또 EPR 논증의 각색본을 만든 데이비드 보옴은 “우주는 부분을 전체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망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파했죠.

이 발언들은 우리가 여행한 양자론의 본질적인 특성인 ‘중첩과 얽힘’을 상기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이들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우주는 분해·조립 가능한 ‘기계’가 아니라 부분과 전체를 분리할 수 없는 유기체적 관계망의 총체이다.

또 이런 말도 가능하죠. 관계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런 우주관을 저는 ‘관계론적 우주관’, 혹은 ‘관계망 우주관’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Q11. 관계한다, 고로 존재한다.

양자론에 담긴 관계망 우주관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명제를 기억하는 것으로

'양자론 오디세이'의 긴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 과학교양서 『우주관 오디세이』의 저자이자 과학스토리텔러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pinepines@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