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여름, 어느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선생님 한 분이 미국에서 목회활동을 하시는 아버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제 아버지 승용차에도 전화를 넣었다는 내용이다. 그 선생님은 편지를 받고 자랑했다. 그러나 그 말을 믿는 선생님은 한 분도 없었다. 선생님은 다음날 미국에서 온 편지를 교무실에 가져와 열심히 설명했지만 그래도 믿는 선생님은 없었다. 전화는 선이 있는데 이동하는 자동차에 전화를 설치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오히려 모든 선생님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면서 혹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밀어 붙였다. 그로부터 약 5년 후 한국의 승용차에도 미국 모트롤라 제품 카폰이 등장했다.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다. 그때, 좋은 정보를 전해주던 선생님의 편지 이야기가 생각난다. 승용차 전화설치가 팩트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진실을 덮어버렸다는 것을 회상해본다. 그때 정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틀린 이야기라도 큰 목소리가 모여서 한 사람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왜 그때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왜 미래사회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했을까.
그로부터 딱 40년 후 2019년 9월 20일에 목요학술회 40주년 기념행사에 과학기술통신부장관 초청 특강이 있었다. 주제가 ‘5G가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으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제대로 실현된다는 이야기였다. 강연은 이정문 화백이 1966년에 2000년대 미래사회를 예상하면서 만화로 그렸던 내용을 소개한다. 그 만화 속에 컴퓨터가 등장하고 달나라를 왕래하고 로봇이 청소하면서 소형TV를 시청하는 모습과 전자신문과 전기자동차가 등장한다. 정말로 그때 생각한 것일까 하는 의심을 가질 정도였다. 그러면서 5G가 오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디스플레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CRT에서 액정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혁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앞으로의 디스플레이는 비닐과 같이 접어지는 디스플레이와 책상 위와 손등을 이용한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고 한다. 홀로그램과 같이 허공에 화면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기술은 개발되었으며, 이것이 상용되려고 하면 많은 정보량의 이동이 필요하여 모든 메모리는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완전한 5G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5G상용화를 세계최초로 2019년 4월에 실현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는다.
레오나드 다빈치는 상상의 헬리콥터를 1505년에 스케치했다. 그리고 434년이 지난 1939년에 실제 헬리콥터가 등장했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후 프로펠라 비행기에서 제트기를 거쳐 2010년에 소형 드론이 등장하기까지는 71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엄청난 가속도가 붙은 기술개발이다. 자동차 이용은 오래 되었다. 도로가 필요하고 복잡해지는 도로가 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1987년에 백투더퓨처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후 30년이 지난 2017년에 현대자동차는 비행자동차를 만들었다. 지금 이용되지 못하는 것은 현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는 것을 보고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상상이 현실화되는 것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 올해 국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2019년 상용할 5G주파수를 배분받기 위한 이동통신사들의 경쟁률은 치열했다. 정부에서는 5G주파수를 배정하면서 SKT, LGU+, KT의 통신사에 3년 내에 기지국수가 각각 15,000대씩 45,000대를 건설하는 조건을 붙였다. 이들 통신사들은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취소 요건이 의무구축수를 10%인 각각 1,500대를 구축해야 하며, 기지국 구축이 10%에 미달할 시에는 허가권을 회수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들 3사는 45,000대의 기지국 설치에 충족하지 못한 4.46%에 그쳐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다. 정부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회수하여 새로운 통신사에 배분한다는 계획인 것 같다.
그런데 소비자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5G를 계약하고 요금을 지불하고 있지만, 서비스는 5G서비스를 충분하게 못 받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영업을 하는 통신사에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하여 국민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네트워크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통신사 3사는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 한다. 3사는 자사의 영리를 목적으로 기업을 경영하지만, 그보다 먼저 한 나라의 정보 네트워크 구축에 책임가지고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통산3사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라고 아주 강력하게 경고하고 싶다. 또한 미래사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과 상상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앞선다고 자만해서도 안 된다. 최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해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안내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실현 가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가능할 것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자원 없는 우리는 정신 차리고 당당한 5G사회를 구축하는데 국민과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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