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갈치 꼼장어
박홍재
빌딩 숲
칸 칸마다 힘겹게 보낸 하루
생기 잃은 젊음이 석쇠 위에 가로누워
이야기 줄줄이 풀어
지글지글 익어간다
파도가
철석이면 꼼장어도 돌아눕고
눌어붙은 양념으로 버무려진 사투리가
질펀한 아지매 입담 감칠맛이 더 난다
소주잔 들이키며 안주 한 점 씹어 보면
짭조름한 양념처럼 전해지는 속풀이가
너와 나 건너야 하는 길을 찾는 중이다
- 시조집『말랑한 고집』에서

<시작 노트>
부산 사람이면 자갈치에서
한 잔 술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파도와 꼼장어가 어울려서 더 맛이 난다.
거기에 자갈치 아지매의 구수한 사투리가 더한다.
그래서 부산의 소리는 자갈치에서 듣는다.
한 잔의 술이 당긴다.
연탄불 위에 지글지글 굽어지는 꼼장어 안주로.
거기에 우리의 인생이 있다.

◇박홍재 시인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회원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명소 기행(포토 에세이) 『길과 풍경』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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