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심각하다. 비단 교육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그렇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명실공히 서울공화국이 될 것이다. 국정감사나 정기감사 때마다 그 심각성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격차 해소를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2000년 3월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비수도권 대학들에 대해 육성방안을 검토하게 했다. 그 내용이 위원회 구성, 실무대책반 구성운영이다. 그것을 통해 논의된 5개 과제가 지방대학의 특성화, 권역별 연합대학체제 구축, 우수학생 유인책, 산학연 교육공동체 구축, 지역주민과의 연계구축등이다. 그 논의가 있은지 12년이 흘렀다. 그런데 별다른 진전이 없다. 그 사이 대학은 위기적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대학이 자구책을 강구하고는 있으나 그 한계가 극명히 드러났다. 수도권, 비수도권이 깊이 연계되어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독자적 기능발휘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가가 혁명적으로 교육개혁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의 극복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균형발전이라는 큰 프로젝트 속에 교육개혁도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2021년 통계에 의하면 4년제 대학, 2년제 대학을 통틀어 331개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70% 가까이 대학에 진학했다. 이것은 OECD국가에서 최상위[2위]다. 그렇게 하여 교육은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인재의 쏠림현상과 진학할 학령인구가 부족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digital기술로 촉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로 산업구조, 성장동력, 고용구조 등이 과거에 비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으로는 세계수준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에 있으면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量과 질質의 차이는 해가 거듭할수록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가경쟁력 평가의 항목에는 고등교육 및 훈련영역의 시스템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순위는 해가 갈수록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세계 대학평가에서는 500위권에 들기는 했으나 부산권 대학은 한 두 곳에 불과하다. 그 원인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다. 수도권 집중현상, 학력인구의 급격한 감소, 입시제도의 불합리성, 정책의 미비성, 비수도권 교육구성원들의 의식문제 등과 같은 것이다.
대학이 새로운 학습 수요를 맞아 혁신으로 무장한 대학 바깥의 교육 공급자들의 도전에 대응할 방도를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이 요구되는 부분의 문제는 대학자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학은 직업훈련소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퍽 안타깝다.
현대 대학의 모습과 직접 연결되는 근대화 대학의 원형에서 즉, “교수는 단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대학생은 단지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생은 스스로 연구를 수행하며 교수는 학생의 연구를 도와야 한다”고 말한 흄볼트의 말처럼 학습방법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데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19c 중반까지 2류 국가에 불과했던 미국이 20c 초반부터 그 면모가 크게 변화한 것은 비생산, 비실용적인 대학이 쓸모있는 대학으로 변화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교육내용의 변혁, 대학재정능력 확충을 위한 다각적 노력[대학의 공적기능 유지를 위해] 등록금, 기부금,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고등교육 지출규모가 OECD국가중에서 최상이다[재정규모면에서 하버드: 서울대 = 8:1, 서울대: 부산대= 2.5:1]. 기부금과 기여입학제는 별개이다. 기여입학제의 활용[정원 외 입학]을 통해 열악한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도 같으나 고려해야 할 상황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의 지산학地産學의 협의체가 지혜롭게 운용된다면 고등교육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여진다.
대학은 혁신을 위해 각각 처한 상황이나 조직의 장단점을 분석, 다양한 연결활동 등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제한된 재원과 인력을 할당해야 한다. 이것을 한 대학에서 지역대학으로 확대하면서 지산학과 유기적 협력을 해 나가야 한다.
부산의 모든 대학들[국공립․사립]을 중요기능[중점연구분야] 별로 평가하여 우수연구중점지원, 또는 학과 통폐합을 과감히 시도함이 어떻겠는지, 일례로 해양, 수산분야에 있어 해양수도 부산의 시도는 수도권도 따라오지 못하는 계획이다. 이곳에 힘을 한 곳으로 집중연구하게 한다는 것이다[A,B,C 각 대학의 해양, 수산 관련학과를 한 곳으로 모으자, UN설립의 수산대학]그리고 인문, 사회, 자연 공학분야 등도 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하고 교양교육[인문, 예능]도 단독으로 교육이 가능한 대학은 제외하고 그 외 대학은 통합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유입하여 유지, 발전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부산의 대학들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AI융합 인재와 연구개발의 준비와 실행의 정도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냉정히 평가하고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 학습의 변화가 시급하다. 맞춤형학습 또는 개별학습요구가 충족되도록[학생수준타령은 미루고 현 상태에서 수준에 따른] 내용과 방법을 강구하는 등의 지역중심대학을 구심점으로 하여 교수와 학습자료를 공동운영[기초과학연구소처럼]해야 한다.
지역대학 연합에서 한걸음 나아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대학교육과 연계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만의 고등교육 제공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대학간판보다 실질적 역량 함양이 절실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의 본질인 가치와 비젼, 인간성 함양, 교양인 육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대학 캠퍼스도 필요한 것이다[대학은 교육기관이지 훈련소가 아니다].

개방과 연결시대 공유대학의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대학 간 학점 교류의 제도화 등도 시급하다. 기능별 통폐합이나 교류, 연합 등이 옛날의 학교 명성이나 선배, 동창들의 의해 발목 잡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금은 그 틀을 벗어나야 살 수 있는 때다.
대학진학율이 70%를 상위한다고 하나 학부모 소득에 따라 대학진학률의 격차가 현격하다[저소득층 41%, 고소득층 68%].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경제규모는 어떠한가를 비교해 보라. 이러한 격차는 대학의 힘으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거듭 말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대학, 새로운 인재’라는 슬로건으로 앞서 지적한 비수도권 대학 육성 5개 영역을 구체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한다.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전 부산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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