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대학 위기가 곧 지역의 위기
차정인 부산대학교 총장
1. 현재 지역대학이 안고 있는 가장 힘든 현안은 무엇입니까?
현재 지역대학의 현안은 지역대학 위기의 핵심이자 지역침체의 요인인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른 지역인재 유출과 고등교육 재정 부족 문제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신입생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2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4.5%로 미충원 인원의 절대다수를 지역대학이 차지하고 있고, 지역거점 국립대학 또한 신입생 충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정부투자 기관의 89%, 전국 20대 대학의 80%, 전체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지역 우수 인재의 유출을 심화시켜 지역대학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등록금은 14년째 동결된 상태이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또한 여전히 부족하다. 대학을 혁신하고 자율성‧책무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OECD 평균에 미달하고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대학생 공교육비가 초등학생보다 적은 나라로 초‧중등‧고등교육 재정투자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재정 부족으로 현재 전국 대학에 4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물이 다수 존재하고, 교육·연구 환경 또한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대학 위기가 곧 지역의 위기이다. 지역대학 육성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한 때이다.
2. 현재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학 교육 정책 중에서 대학 운영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립대학은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고등교육 기관으로 국가 차원의 지역 국립대학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정원 증원 방안과 수도권 대학에 집중된 재정지원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정원 총량 규제를 적용받고 있던 수도권 대학도 증원이 가능하게 된다. 수도권 중심으로 첨단산업 인력이 양성된다면 지역인재 유출 문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첨단분야 인재 양성은 필요하나 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원 증원이 아닌 정원 조정 등의 방법으로도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국정과제의 일관성 있는 실천을 위해 지역대학에서 우선적으로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립대학은 사립대학에 비해 교육의 공공성을 강하게 표방하고 있지만, 국가의 국립대학 예산 비중은 지속적 감소 추세이다. 정부는 평가와 재정지원 연계를 통한 대학의 다양화‧특성화 촉진을 명분으로 여러 가지 재정지원사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대규모 대학에 대한 편중지원으로 오히려 지역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재정지원사업을 모든 대학에 통일된 평가 기준에 근거한 지원 방식이 아닌 권역별‧기능별 고려 등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차별화된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3.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기획하고 실천해보고자 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습니까?
부산대는 국립대학의 자율성‧공공성을 강화하고, 지역에 거점을 둔 대학이 키워낸 우수한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아 지역과 함께 성장‧발전해 나가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립대학법 제정,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 수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책무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립대학의 역할 강화, 재정 확충 등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국립대학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국립대학법연구회’를 구성(연구책임자 부산대 차정인 총장)하여 국립대학법 제정안을 마련하였고, 2021년 6월 부산대 주관으로 국립대학법 제정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이를 통해 2021년 11월 17일 국립대학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입법 통과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대학 위기의 핵심인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인재가 지역대학을 선택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지역 이전 공공기관이 해당 이전지역 출신의 인재를 30% 이상 의무 채용하는 ‘지역인재 채용의무제’를 규정하였다. 하지만 적용지역의 단위를 이전지역으로 한정하고 있어 공공기관은 이전지역 내 우수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전국적 지사를 보유한 공공기관의 경우 근무지 순환 등 인력 운용에도 한계가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혁신도시법에서 정하고 있는 적용지역 단위에 현재의 이전지역(30%) 외 비수도권 적용 단위(20%)를 추가로 신설하고, 채용 의무 비율을 현행 30%에서 50%까지 확대‧개선하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여 관계 법령 개정안 심의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수의학 연구와 수의사에 대한 비중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의사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전문가이자 사람-동물-환경을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원헬스 기반의 의·생명 산업의 핵심 인력이다. 그런데 전국 거점 국립대학 9개 중 부산대만 수의대가 없어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지역 가축방역관 수는 적정인원 대비 60% 부족하여 ʹ21년 기준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우리 대학은 부산지역 방역체계 고도화와 지역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수의과대학 설립이 필수적임을 인지하고, 국립대학의 공공성‧책무성 이행을 위해 교육부에 수의과대학 설립 요청서를 제출하였다. 현재, 설립 승인을 위해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지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국내 국립대학의 맏형으로서 대학정책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며 국가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 시대를 열어가는 ‘대학을 바꾸는 대학’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4. 지역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향으로 지산학협력 체계를 통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지역을 활성화할 정도로 온전한 성공 모델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산학의 협력체계 모델은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지역대학을 지역혁신의 주체로 보고 지역인재 양성-취업-정주의 지역발전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 확대 시행, 지역협업 기관이 공동으로 지역인재 육성과 지원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지자체 간 협약을 맺는 ‘지역인재투자협약제도’ 도입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역산업과 기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 기업체 대부분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인 산업구조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산학협력 모델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우량기업 유치 및 지역 소재 기업 육성이 선행되어야 하고, 지자체는 지역대학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라는 인식 하에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적극적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 국가교육위원회가 발족하여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그 존재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대학 위기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삼아 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는 미진합니다. 지역대학 위기와 관련해서 국가교육 위원회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재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미래 핵심 인재 양성과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서 대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나, 14년 이상의 오랜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급감 등에 따른 재정난으로 대학은 전면적인 혁신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특히, 재정적 어려움은 지방대학에 집중될 전망으로,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소멸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의 혁신과 대학발전의 핵심은 재정확보에 있다. 한정된 국가재정 속에서 교육재정의 효율적이고 균등한 배분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서 사회적 합의로 국가의 중장기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충분한 역할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국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용과 고등·평생교육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및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정기 국회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 등과 함께 특별회계 신설을 위한 법안 및 예산안 관련 논의를 긴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여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재정 확충 방안과 투자전략이 현실화하도록 힘을 기울여 주셔야 한다.
6. 부산지역 대학들이 지역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도모해 볼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함께 할 수 있는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해주십시오
지역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이들이 지역의 생산가능인구이자 정주 인력으로 지속 유지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에 부산지역 대학들이 앞장서야 한다.
지역인재 수도권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인재 채용의무제의 실효성이 입증됨에 따라, 혁신도시법의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확대·개선과 지방대 육성법 개정을 위한 부산지역 대학들의 공동 노력이 지역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 발의된 혁신도시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위원회와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이와 동시에 현재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의 기업에 대해 지역인재 35%(비수도권) 이상의 채용을 임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지방대 육성법을 실효성 있게 개정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법 개정 노력에 지역 대학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7. 부산지역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 부산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지역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뿐만이 아니라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20년 기준 시·도 자치단체의 대학지원액은 전체 대학지원액 중 3.9%밖에 되지 않고, 현재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들은 재정 보조나 중앙부처 사업의 대응투자 같은 단편적·보조적 사업 위주로 부산지역 또한 상황은 유사하다.
고등교육재정은 국가 예산 편성과정을 통해 그 규모와 기간이 확정돼 지속성 확보가 어렵다. 현 상황에서 부산시가 지역대학 및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재정을 지원한다면 부산지역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으로 대학과 지역 소재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학협력 환경과 중장기적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부산 산학협력 현황 조사에 따르면 기업 내 산학협력 전담 인력 부족(34%), 대학교수의 현장 지식·경험 부족(33%), 대학 보유 기술과 기업 요구 기술 간의 불일치(16%)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부산시는 지역대학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대학이 보유한 자원과 혁신역량을 지역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기업은 대학에 현장실습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지역기업 육성과 산학 연계에 앞장서야 한다. 지역혁신의 거점으로써 지역 대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산학협력 플랫폼 구축을 통해 교육 및 연구 여건을 개선하여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경쟁력을 재고할 수 있을 것이다.
8.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각 대학이 가진 장점과 특징을 중심으로 홍보내용을 안내해주십시오.
1945년 5월 시민의 헌금과 사랑으로 출범한 부산대학교는 전통과 역사에 빛나는 국가거점 국립대학이다. 정부는 학문의 다양성을 거점 국립대학을 통해 보장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다양하고 폭넓은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국가 및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부산캠퍼스와 더불어 의·생명 특화 양산캠퍼스, 나노‧바이오 특화 밀양캠퍼스를 운영하고, 의학계열 대학 및 생명자원과학대학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통해 국가 및 지역사회와의 공유가치 창출에 힘쓰고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전국 국립대 중 처음으로 2천만 원을 돌파하여 국립대 1위 및 전국 종합대학 11위에 올라, 수도권 주요 사립대학 수준의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하였다.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가늠하는 4단계 BK21사업에서 36개 교육연구단(팀)이 선정되어 전국 대학 2위를 달성하였고, 전 세계 61개 대학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PRU(환태평양 대학협회)에 국내 대학으로서는 6번째로 가입해 국내외 우수 대학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맞춰 학문 단위 구조 개편과 교육 프로그램의 혁신을 추진하는 한편 학생의 입학‧교육‧취업을 위한 최적의 기반을 갖추고 각종 장학금을 신설‧확대해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와 교육에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재정지원사업 유치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는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3.0), 신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부처협업형 인재 양성 사업, 창업 중심대학 주관기관 선정 등으로 총 100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또한 천혜의 금정산 및 자연계곡과 함께 아름다운 캠퍼스 환경을 자랑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 친환경 캠퍼스를 선언하고 사유의 길, 진리의 뜰 조성 등 대학 내 녹지환경을 보존하고 오래갈 캠퍼스 조성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부산대학교는 국내 국립대학의 맏형으로서 국립대학법 제정, 공공기관 채용의무제 확대 개정 등의 대학 정책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며 국가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 시대를 열어가는 ‘대학을 바꾸는 대학’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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