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상 칼럼】 새해 작은 소망
【손용상 칼럼】 새해 작은 소망
  • 손용상 손용상
  • 승인 2023.01.26 16:25
  • 업데이트 2023.02.10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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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늘 다가오는 캘린더 위의 새해가 지나고 우리 민족이 느끼는 진짜 '새해'를 맞았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 우리들에게는 ‘살았다’기보다 ‘견뎠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간 같았다. 지나간 5년 동안에 이어진 경제 상황, 취업 전망, 결혼 기피 등등 특히 젊은이들에게 희망은 시계 제로였다고 한다. 더구나 지난 10월 이태원 할로윈데이 참사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기가 막히지만 세월호 사건 때보다는 또 다른 아픔이었다.

그리고 그 사고는 오래전 1960년대 중반 무렵의 서울역 압사사고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개찰구를 빠져 나온 사람들이 서로 빨리 타려고 단거리 선수가 되어 기차를 향해 달리다가 일어났던 사고였다. 필름을 돌려보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솔직히 대한민국 국민은 문명인으로서의 이웃간 ‘양보’나 ‘배려’의 척도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다.

잘 아는 지인이 한국을 갔다가 지난 연말 이런 메모를 보내왔다. '며칠 전 인사동에 갔다가 지하철을 타려고 종로1가를 걸었습니다. 종로 1가 대로에 하나 걸러 두개씩 비어있는 상가를 보며 마음이 얼마나 황량했는지 모릅니다. 서울의 대표적 다운타운인 종로1가의 텅빈 상가들, 종각역 지하상가는 더욱 심했습니다. 제가 자주가는 대학로의 텅빈 상가는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라는 폐업 인사와 그 안의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는 탁자와 의자들....추운 겨울이 다가 오는데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혹시, 동포 여러분도 오늘의 우리 삶이 그렇게 황량한가? 하지만 그렇더라도 특히 젊은이들은 어디에 살든 결코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면 사회에 나가 싸움터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젊은이들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꼰대’ 말이라고 특히 거부감이 없기를 기대한다.

먼저 카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 얘기다. 그는 언젠가 김연아 선수가 카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때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였던 바로 그 사람이다. 웨인 그레츠키는 1999년 은퇴할 때 까지 894 득점과 198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금세기에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대기록을 세운 사람이다. 키나 체격이나 주력도 남달리 뛰어나지 않은 그가 어떻게 그런 대기록을 세웠을까? 그는 은퇴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퍽(공)이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난 그 퍽이 다음에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여 그곳으로 달려가 길목을 지킵니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통 축구나 농구 경기를 보면 선수들은 항상 공을 따라간다. 그런데 가끔 텅 빈 공간을 차지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길목이다. 그는 함께 뛰면서도 혜안을 가지고 길목을 지켰기 때문에 기회가 많이 왔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롱펠로우의 시 <인생찬가>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세상의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말 못하고 쫓기는 짐승이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승자가 되라”....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시대를 읽고 상황을 넓게 바라보며 어느 지점 어디가 중(重)한 것이지 알아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바로 이것이다. 예술이든 스포츠든 사업이든 이 시대가, 이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결과를 기다리는지 먼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결실을 얻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길목’을 지켜야 하는지 먼저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이는 연륜의 노소 구별이 필요없다. 당신들은 오늘 그리고 지금 무엇을 기다리며 어떤 ‘길목’을 지키야 할 것인지...혹 아직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이제 고유명절 새해 첫날인 ‘설날’을 맞아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바꾸어지기를 소망한다. 

 

손용상 작가

◇ 손용상 작가

△경남 밀양 출생/경동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조선일보신춘문예 소설 당선(1973)
▷한국문화예술 신인상, 미주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고원문학상, 해외한국소설문학상, 미주카톨릭문학상, 해외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장·단편 소설집, 운문집, 에세이 칼럼집 등 20 여권(전자책 포함)
△미국 달라스 거주, 글로벌 종합문예지 『한솔문학』 대표
▷ysson06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