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2-여는 시】 낙산사 화엄 - 서규정
【시민시대2-여는 시】 낙산사 화엄 - 서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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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02 15:45
  • 업데이트 2023.02.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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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화엄
                        서규정 시인

 

천 년 고찰 낙산사가 휩싸이는 걸 보았다
화엄이 아니라 화염이었다
강릉에서 군대 생활을 하던 
친구가 놀러 오라 해서
사나흘 머물다 오던 길에 보았지
불길이 솟아오르자
어떤 스님 하나는 불 속으로 뛰어들며
모든 경전의 기본이 되는, 화엄 아니
반야심경만큼은 꺼내야 하지 않겠느냐
불나비가 되더라도
건질 것 하난 건져내야 스님이라고 하지 않겠느냐
외쳤다니
사람이 나비
불나비 떼가 사람 형상인지 몰라도
나비의 춤은 낙산사에서 비롯된 거 아니던가
그래 화엄경은 불 속에서 나온 불나비 경이겠으나
엊그제 TV를 보다 보니
말끔하게 단장되어 버렸다

붉은 노을이 뜨는 해보다 더 아름다운 것과
폐허가 스님들의 피난처이며 본거지인 것을
 

서규정 시인

◇ 서규정 시인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2001 해양문학상, 2010년 부산작가상, 2016년 최계락 문학상 수상
 ▷시집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외

 

 

 

 

※ (사)목요학술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시민시대』는 본지의 콘텐츠 제휴 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