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암
박홍재
어쩌다 이름조차 못 얻어 무명 바위
답답한 저잣거리 속상한 일 생긴다면
바위에 자일을 걸고 내 몸 한번 맡겨보라
몸 구석 찌든 땟물 바람이 씻어준다
한 발 한 발 딛는 걸음 앞사람 살펴가며
마지막 뜀바위에선 내가 용기 내야 한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가슴으로 듣는다
얽히고 설킨 마음 햇볕 당겨 쬐고 나면
바위 끝 눈이 꽂힐 때 하늘 위로 날아간다
- 시조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도서)에서

<시작 노트>
세상에서 이름 없는 것이 있겠는가?
그것도 아름다운 바위일 터.
금정산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바위이면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항상 우러러보는 바위
무명암!
그 이름으로 벌써 이름을 가졌다.
웅장한 모습에서 우리는 삶을 배운다.
묵직한 마음을.
부산 사람이면 누구나 보았을 무명암.
무명암에 오르면 마지막 뜀바위가 있다.
뛰기도 애매하고 안 뛰기도 애매한 거리
훌쩍 뛰고 나면, 세상에 찌든 생각이
사라져 갈 것이다.

◇박홍재 시인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회원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명소 기행(포토 에세이) 『길과 풍경』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2022년 세종도서 선정(《바람의 여백》)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