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목 염색
박홍재
실핏줄 드러나게 섬유질 잘게 쪼개
아린 속 당신 위해 새길 열어 가는 동안
텅 비운 붉은 울음에 뼈대 깎아 세운다
침묵도 잘 삭히면 더 깊게 젖어 들어
숨소리 잠시 멈춰 조였다 풀어내면
산바람 갈마들어서 꽃 핀 자리 눈부시다
![소목 염색 작품 [사진 = 박홍재]](/news/photo/202303/20838_29046_2853.jpg)
<시작 노트>
소목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소방목(蘇方木)·적목(赤木)·홍자(紅紫)라고도 한다.
붉은 물감이 짙어 조선시대 홍의 염색에 쓰였다.
실로 친친 감아 무늬를 내는 일이 쉽지 않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려면 정성을 쏟는다.
그 과정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같아야 한다.
새길 열어 가면 물감도 쏟은 정성만큼 뚜렷하다.
숨소리 죽여가면서 조였다 풀어내면
마지막 꽃 한 송이 피어나듯 작품이 된다.
내가 만들었다는 그 만족감을 어디에 비기랴.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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