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주든 아니든 간에 부지불식간 화를 내는 일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화(火)’....? 그게 무엇일까? 한자로 불을 뜻하는 ‘火’자를 쓰는 것을 보면 모두 나를 불태우고, 상대를 불태우고 그런가 하면 같이 있던 사람들을 함께 불태우는 것이 ‘화’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그 ‘화’란 물건은 사람의 정신과 몸에 얼마나 심한 타격을 입히며, 또한 그 앞에 서서 꼼짝없이 분풀이 당하는 사람들의 정신과 몸속에도 얼마큼이나 크고 치명적인 화(禍)를 입히는 것인지, 그 진실을 알면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리 속담에 '"장맛이 나쁘면 집안이 기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괜한 속설이 아니다. 메주를 담가서 새끼줄로 엮어 벽이나 천장에 걸어두는데 그러면 집안의 온갖 미생물이 메주에 달라붙어 그것을 발효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집안에서 가족 간에 다툼이 잦다면 그 다툼의 홧김에 의해 메주 균이 죽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메주가 꺼멓게 되고 결국 장맛이 고약해진다는 것. 이렇듯 무서운 것이 ‘홧김‘인데 잔뜩 화를 품고서 아기나 사람을 대하면 어찌 될까?
한 예를 들어보자.
마음속으로 뭔가 좋지 않는 일로 악에 받친 아기 엄마가 그 뭉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기를 나무라거나 젖을 빨리면 아이가 그 자리에서 생 똥을 싼다는데, 이 얘기는 실화라고 한다. 따라서 이 예를 유념하고 주변에 혹 수유기에 시름시름 앓는 아이, 또는 잘 자라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가족 관계를 살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느닷없이 아기에게 병변이 왔다면 틀림없이 부부싸움이나 고부간의 갈등에 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심리치료사들은 말한다. 면박을 받거나 다툼 뒤 끝에 마음이 서글픈 여인은 그냥 훌쩍훌쩍 울면서 돌아앉아 마음을 달래느라 무심코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일이 흔한데, 이는 바로 아기에게 병균을 주사하는 행위와 같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싸움이 잦은 집에서 사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온몸에 부스럼과 종기를 달고 사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얼굴이 새파래지거나 새하얗게 변하며 비정상적인 사고와 흐린 판단력이 찰나를 지배하는 것이어서, 그 노여운 기운이 몸속에 축적되고 숙주로 남아있어 공연히 죄없는 아이들의 혈관 속으로 흘러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란다.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피는 그 맛이 대략 달고 짭짤하다고 한다. 그러나 애(오장육부)를 태우거나 화가 나면 ‘홧김’에 의해 생성되는 피는 쓰고 떫어지며 흑갈색을 띤 강한 산성의 품성으로 변해 버린다고 한다. 그러면 산성을 좋아하는 세균들이 혈액 안에 급속히 팽창하게 되고, 그것들이 인체 중에서 가장 방비가 허술한 부위로 몰려들어 암 등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의 수유를 위해 아무리 대 자연의 정기담긴 음식을 정성을 다해 먹인다 해도 사람과 불화하면 젖 먹는 아이가 먹은 것은 ‘엄마 사랑’이 아닌 ‘엄마의 홧독’을 먹는 것과 같다는 이론이다.
이와 관련, 독일에서 인간이 내는 ‘화’에 대해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는 매우 섬뜩하였다. 극도로 화가 났을 때 입에서 나오는 공기, 그러니까 ‘홧김’을 비닐에 받아 농축시켜 보니 0.5cc의 노란 액체가 모였다고 한다. 이 액체를 돼지에게 주사했더니 돼지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그만 즉사해 버리더란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얘기인가? 홧김을 호박이나 오이같은 넝쿨의 생장점에 대고 불면 생장점은 하루도 못가 이내 시들어 버린다는 실례도 있다고... 또 화로 인해 뿜어지는 ‘홧김’은 실내 공기를 금방 독성화 시킨다고도 한다.
그러면 "화"는 도대체 왜 나는 것일까? 간단하다. 상대방의 생각이 내 마음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에서이다. "화'"는 내 욕망의 좌절에서 기인 한다는 것. 즉 내가 기대한 욕망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 속에서 화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서로간의 사랑과 극진한 보살핌이 있어야 그 ‘힘’과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태초에 조물주께서 그렇게 살아가라고 ‘사랑‘과 함께 빵ㅡ즉 ’욕망’을 주셨지만, 사람들은 ‘사랑’ 보다는 우선 그 ‘빵’을 얻기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가 ‘화’를 자초하는 것이 인생살이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빛이지만, 그것은 우리 몸을 치료하고 마음을 밝게 하는 광선이 된다. 왜냐면 빛은 그릇된 욕망과 어둠을 소멸시키기 때문이다.
혹 협박으로 들리겠지만, 그리고 나는 또한 신실한 종교인도 아니지만, 만약 이 글을 다 읽으시고도 화를 내는 가정은 정말 집안 장맛이 나쁘고 식구들이 병들어 비참한 가정이 될 수도 있으니 항상 웃고 사는 일상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

◇ 손용상 작가
△경남 밀양 출생/경동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조선일보신춘문예 소설 당선(1973)
▷한국문화예술 신인상, 미주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고원문학상, 해외한국소설문학상, 미주카톨릭문학상, 해외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장·단편 소설집, 운문집, 에세이 칼럼집 등 20 여권(전자책 포함)
△미국 달라스 거주, 글로벌 종합문예지 『한솔문학』 대표
▷ysson06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