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꾸라지
박홍재
버스와 승용차가 신호등에 멈춰 섰다
가로길 물길 트여 순리대로 흐르는데
곁에 선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직진한다
S자 꼬리 휘청대며 세로 길 틈바구니
비집는 흙탕물로 그물망 흐트러져
구급차 사이렌 소리 애끓게 울부짖다
구석을 좋아하는 습성을 못 버리고
달콤한 유혹 속에 혼절하는 어리석음
아무리 휘저어 봐도 그물 속에 갇힌다

<시작 노트>
코로나 3년 동안에 우리 일상이 많이도 변했다.
특히 배달 음식이 많이 번창하였다.
그러다 보니 오토바이 수가 늘어나게 됐다.
빨리 배달은 돈과 직결이 된다.
빨리 빨리의 최첨단을 기록하게 되어 버렸다.
오토바이의 신호등 지키는 것을 보기 힘들다.
틈만 있으면 비집고 휘젓고 다닌다.
삶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들이 안전하게 오랫동안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토바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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