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터
-연산동 고분군
박홍재
거칠산국 묵은 향이 구릉마다 스며있어
산기슭 언덕배기 뱉어내는 역사 숨길
그나마 꼭꼭 숨었던 실마리를 찾는다
강점기 도굴되어 흩어진 순간 모여
덧대진 파편들만 올곧이 거둬들여
터 닦고 살아온 흔적 먼지 자국 털어낸다
눈물도 말라버려 고여있지 않았다
저 멀리 바닷바람 숨통이 트이면서
저려서 절뚝거렸던 모진 생을 모은다

<시작 노트>
연산동 배산에 삼국시대 구덩식돌덧널무덤 사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도굴당한 채 방치되어 왔었다.
부산광역시기념물 제2호로 1972년 지정되었다.
2017년에 사적 제539호로 승격되었다.
석곽묘(돌덧널무덤) 17기가 정비되어 있다.
지방의 묘제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우리 조상의 터를 먹고 살기에 바빠 잊고 있었다.
다행히 재정비하여 해마다 고분군 판타지 축제를 연다.
올해도 3월 말에 열린다.
다시 우리들의 관심이 돌아온 것이 다행이다.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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