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경비원
박홍재
이십 세기 넘는 고개 징하게 힘들었다
거칠어진 손마디도
움푹 팬 주름살도
새 세기 둥근 해 뜰 때 자연스레 넘었다
아날로그 겨우 익혀 한숨 돌려 쉬는 동안
디지털 새 시대가
눈앞을 막아섰다
지친 몸 떠듬거리며 뒷바라지 나섰다
모퉁이 돌 때마다 쏘아보는 CCTV
한마디 내 동작도
꼼꼼하게 받아 적고
조금만 허점 보이면 달려드는 목소리

<시작 노트>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게 힘들다.
그러나 따라잡아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게 허둥지둥 지내다 보니 정년이 되었다.
갈 곳이라고는 아파트 경비원뿐이다.
그러나 호락호락한 곳이 못 된다.
CCTV는 항상 나를 감시하고 주민들은 더하다.
뉴스에 나오는 경비원의 안타까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다 같이 서로 나누면서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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