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목
박홍재
세차게 불던 바람 거뜬히 받아넘겨
모든 걸 부드럽게 쓰다듬어 견디면서
당기고 밀어젖히며 잠시 숨을 돌린다
툭 끊긴 가지마다 상처로 생긴 옹이
포근히 감싸 안을 마음을 깔아놓고
새들도 푸근히 깃들게 오지랖을 엽니다

<시작 노트>
사람도 그렇지만 나무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젊었을 때는 무엇이든 다 해치울 수 있지만,
노년에 들며 푸근히 감싸는 마음을 얻습니다.
나무에도 오래되면 구멍이 숭숭 뚫립니다.
거기에는 새들도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수많은 벌레도 깃들어 삽니다.
다 품어 안아서 보살펴 주는 마음입니다.
그만큼 오지랖을 많이 열어 보입니다.
사람들도 그렇겠지요.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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