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 딱 하나의 물건만 가져 간다면 무엇을 가져 갈까요? 저는 이런 질문에 ‘글쎄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저는 무조건 기타를 가져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타가 너무도 좋습니다. 사랑스러울 정도로… 기타는 생긴 모습부터 S 라인의 아름다운 여성이며, 칠 때 가슴에 쏙 안기며, 쌕시 섹시한 소리를 냅니다.
이 기타라는 악기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알고 보면 정말로 놀라운 정도로 삼삼한 악기입니다. 대개 어릴 적 악기를 배운다고 하면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떠올리지요. 그러나 기타는 이들 악기보다 좋은 점이 많습니다. 피아노는 그 악기 하나 만으로 연주하기에 가장 완벽한 악기입니다. 7개나 되는 폭넓은 옥타브,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서 나오는 화음은 그 어떤 악기도 따라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는 크고 무거워서 가지고 다닐 수 없습니다. 반면 기타는 피아노보다 훨씬 작고 무게도 1/100 정도밖에 안 나갑니다. 배낭처럼 등에 매고 다녀도 짐이라는 부담 없이 몸에 착 달라 붙습니다. 피아노보다는 불완전해도 기타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정도로 음악 표현력이 다채롭습니다. 다섯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화음과 함께 베이스와 드럼 효과까지 낼 수 있습니다. 저는 제 나름의 베드(베이스+드럼) 주법으로 기타를 칩니다. 같은 현악기이면서 여섯 줄짜리 기타는 네 줄짜리 바이올린이 낼 수 없는 화음을 풍부하게 낼 수 있습니다. 가령 바이올린으로 ‘도․미․솔․시’로 이루어진 CM7코드를 동시에 치려면 힘듭니다. 바이올린은 주로 한음한음을 내는 멜로디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바이올린으로는 독주가 힘들지요. 하지만 기타는 CM7은 물론 그 어떤 화음도 낼 수 있는 독주 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을 치면서 노래 부르기 힘들지만, 기타 치면서는 노래 부르기가 수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미보다 베짱이과인 저는 기타라는 악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 서울에서 부산까지 걷는 여행에도 사랑스러운 애인처럼 동반하였습니다. 기타 하나 달랑 등 뒤에 매고 태연스럽게 집 앞을 나섰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보면 이 사람 어디 기타 배우러 가는 줄 알 겁니다. 어디 이 꼴로 감히 부산까지 걸어가려는 미련한 사람인 줄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웃기는 짜장면이라는데 제가 저를 생각해도 참 웃깁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kaci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