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96) 무당벌레, 신호철
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96) 무당벌레, 신호철
  • 손현숙 손현숙
  • 승인 2023.06.16 20:25
  • 업데이트 2023.06.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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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시화집 표지

무당벌레

                             신호철
 
 
 
무당벌레 손등에 앉았다
어느 행성에서 머물다 온 별
딱딱한 껍질 속이 비치지 않아서 비밀을 넣어두면
은빛 날개를 펼쳐 날아가지
한 잎 우주의 섬으로
다리도 없이 건너와서는 둥그런 어깨가 휘어질 때
얇고 빛나는 날개
한 철의 유희를 쫓아 숲으로 간다
내용을 알 수 없는 점을 치러 간다
 
신호철 시인

 

신호철 시화집 『물소리 같았던 하루』을 읽었다. ‘시와사람’ 2023.
 
만약, 당신이 타국에서 사십 년을 살았다면 당신의 모국어는 지금 어디쯤일까. 그리고 약간은 흐려졌을 그 모국어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은 또 얼마나 고독할까. 신호철 시인의 시화집 속에는 디아스포라가 느끼는 그리움의 정서가 빽빽하다. 시인은 모국어를 소환하는 과정에 색을 입히고 빛을 발라서 시와 시집의 기원을 고쳐 쓴다. 손등에 앉은 무당벌레를 보면서도 비밀과 내용을 새긴다. 어느 먼 행성에서 온 낯선 자의 속울음처럼, 여기도 저기도 내 것이 아닌 둥그런 어깨가 왠지 슬퍼 보이는 까닭은 뭘까. 시인의 시화집 『물소리 같았던 하루』 출간을 기뻐한다.
 
손현숙 시인

◇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sonhyunsu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