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97) 부재, 문인수
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97) 부재, 문인수
  • 손현숙 손현숙
  • 승인 2023.06.24 08:00
  • 업데이트 2023.06.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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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문인수

 

 

나무가 베어졌다.
그 바닥이 축축하다.
그러니까, 참
생생하게 와 닿는

빈자리! 이것이 바로 산 증거!

(너, 죽었어……)

문인수 시인

문인수 시집 『달북』을 읽었다. ‘시인동네’ 2014.


이유 없이 6월이 아팠다. 보리수열매 발갛게 익어갈 때도 등뒤가 욱신거렸다. 아픈 줄도 모르면서 팔다리 흔들고 사는 내가 아팠다. 까닭 모를 물까치새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뛰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파장이 다른 세상의 무엇들이 얼핏, 왔다 갔다. 입술 꼭 다물어 말은 없었지만, 무섭지 않았다. 모두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생생한데, 축축했다. 알겠는데, 아득했다.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 참 선생은 죽었지.... “빈자리, 이것이 바로 산 증거!” 문인수 시인이 집으로 든 지도 벌써 두 해가 넘었다. 

 

손현숙 시인

◇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sonhyunsu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