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22 - 밝은 미래를 내다 본다고?
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22 - 밝은 미래를 내다 본다고?
  • 박기철 박기철
  • 승인 2023.06.30 06:30
  • 업데이트 2023.07.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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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래를 내다 본다고?
 
바로 전의 글에서 일개 교수가 세계적인 석학한테 철이 안들었다고 감히 평하다니 건방지지요? 하지만 인류 미래를 그 석학의 경제적 논리처럼 새로운 물결의 진보 틀로만 보는 것에는 모르는 걸 모르는 무식이 흐릅니다. 단지 고것만 알고 모르는 걸 모르니까요. 그가 모르는 것은 생명의 순리입니다. 그가 새로운 물결로 제안한 ‘혁명적인 부’는 경제적 논리로 따지면 적합한 말이지만 생태적 순리로 들으면 참으로 무식한 말이지요.
 
그렇다면 경제적 논리를 넘는 생태적 순리란 무엇일까요? 생태란 경제나 사회 문화 등 인간 활동보다 훨씬 큰 전반적인 생명 시스템입니다. 그러한 생태는 논리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순리적으로 움직입니다. 순리(順理)란 법과 같습니다. 여기서 법이란 깐깐한 법조항(law)이 아니라 물(水)이 위에서 아래로 가는(去) 자연스러운 법(法)이지요. 그러한 생태적 순리에 따르면 세상은 어떤 법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열역학의 법칙입니다. 열역학 제1의 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입니다. 이에 따르면, 우주 전체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으며, 단지 에너지의 형태가 변할 뿐이라고 하지요. 심각한 것은 제2의 법칙인 에너지 흐름의 법칙입니다. 이에 따르면 에너지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며, 이에 따라 엔트로피가 필히 증가한다고 합니다. 엔트로피(entropy)란 개념이 어렵지요. 더 자세히 아시려면 레프킨(Jeremy Refkin)이 쓴 엔트로피라는 책을 읽어 보세요. 무질서한 에너지, 또는 쓸모없는 에너지라는 뜻인데, 그냥 쉽게 말하자면 널부러진 쓰레기입니다.
 
쓰레기가 증가하는 생태의 순리

세계적 미래학자는 속도의 혁명으로 인하여 우리 인류의 밝은 앞날을 예견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그러한 혁명의 물결이 가져오는 부(revolutionary wealth)란 결국 쓰레기더미(rubbishy entropy)로 끝날 운명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혹자는 그러한 쓰레기더미조차도 혁명적인 부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이는 생태적 순리에 어긋납니다. 그 쓰레기를 해결하느라 결국 엔트로피를 증가시켜서 더 큰 쓰레기를 만들 뿐이니까요. 저는 혼자 외로이 걷는 길에서 엔트로피를 더 많이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낙관주의자인 제가 염세주의자도 되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쓰레기가 넘쳐나는 암울한 세상을 생각하게 되니까요.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kaci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