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50 - 나이 들어 늙어간다고?
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50 - 나이 들어 늙어간다고?
  • 박기철 박기철
  • 승인 2023.07.29 07:10
  • 업데이트 2023.07.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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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늙어간다고?

 

100회 예정의 이 <서울-부산 도보 생각기>가 이제 50회째로 절반 고개에 왔습니다. 마침 제 나이도 50입니다. 반백 살을 살았지요. 매일 거울로 보는 앞 모습을 보고선 몰랐는데, 사진 속의 뒷모습을 보니 머리가 더 희끗희끗하니 오십 중년 남자의 티가 드러납니다. 그래도 탄탄한 목심줄 근육을 보니 초로(初老)라고 하기에는 아직 힘이 좋은가 봅니다.

이제 누가 제 나이를 물어 오면 나이를 말하기가 좀 어색한 나이가 되었지요. 도무지 오십이라는 말이 잘 안 나와서요. 그래서 생일 빠른 60년생이라며 둘러 대었지요. 그러나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나이 오십이 어때서요. 한때 서른, 마흔이 되었을 때에도 그런 비슷한 심정을 가졌었는데, 쉰이 되니까 그 때와 비교할 수 없는 묵직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반백(半白)인 쉰의 세월을 살아 왔으니 그만큼 나이들었다는 사실을 남 앞에 어색해 하지말며 스스로 당당해져야 하겠습니다. 예순, 일흔이 되는 나이 때에도 그리 당당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건강이 허락한다면 여든, 아흔이 되고 마침내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시름시름 앓다가 기력이 완전히 떨어져 꼴까닥 저 세상으로 가는 九九八八二三死가 되면 좋겠지요. 이왕이면 수컷 남자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 九九八八腹上死가 되면 좋으련만 이건 너무 크나큰 욕심이겠지요.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well being) 여인의 배 위에서 죽는 줄도 모르고 황홀하게 죽는다니(well dying)삼삼하면서 황당한 발상입니다. 저희 몇몇 서울고 30회 동창 칭구들이 만나면 가끔 건배사로 쓰지요.

나이 들어가는 뒷모습

그러나 아무리 당당하게 나이 먹어도 그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나이는 들어도 늙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이듬(aging)과 늙음(olding)은 차원이 다르지요. 또 인간 삶이 생로병사라는데, 태어나() 늙어() 병들어() 죽는다는() 게 비참합니다. 하지만 구구팔팔이삼사 구구팔팔복상사 구구팔팔총살사 모두 지병 없이 살다 시원하고 화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생로충사(生老充死)라는 말을 지어냈습니다. 태어나() 나이들며() 속이 채워져() 마침내 더 이상 채워지기 힘들어 터져 죽는다는() 뜻이지요. 그리 병들어 죽기보다 터져 죽으려면 이제라도 건강을 챙기며 다지고 가꿔야 하겠습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kaci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