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없어 녹슬었다고?
기차통행이 없을 듯한 기찻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기차는 온갖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기차와 관계된 대중가요도 많지요. 저는 어릴 적 놀던 기억이 떠올랐지요. 행당동의 한양대 앞에 살았던 저는 왕십리와 용산을 오가는 기차 레일 위에서 위험한 놀이를 종종 하였습니다. 레일 위에 대못을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가면 못이 납작해졌지요. 그때 기차가 오는지 살핀다며 레일 위에다 귀를 대기도 하였지요. 이제 이 구간은 전철화해 기차통행이 더욱 빈번해졌지요. 지금 그런 장난하는 개구쟁이들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걸었던 이 구간은 60·70년대와 비교하여 그 당시보다 기차통행이 드물어졌거나 아예 없어졌나 봅니다. 그러니 이렇게 녹슨 기찻길이 되었겠지요. 휴전선의 녹슨 기찻길도 아닌데… 제가 놀던 기찻길은 통행이 많아져 레일이 반들반들 윤이 날 터인데, 이 기찻길은 빨갛게 녹슬 정도로 산화되었습니다. 왜 하나는 쓸모가 많아졌는데, 다른 하나는 쓸모가 줄거나 없어졌을까요? 그동안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크게 세 가지가 아닐까요? 첫 번째는 이 지역 인구의 감소와 이에 따른 서울권 인구의 증가입니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곳의 농촌을 가더라도 대개 어르신들만 살고 있지요. 앞으로 어찌 될는지… 두 번째는 자동차와 자동차 도로의 증대입니다. 이제 누구나 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철도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지요. 세 번째는 세계의 글로벌화로 인한 지역 간 교류의 감소입니다. 중국산을 비롯한 값싼 물건이 물밀듯이 들어오는데 지역의 특산품은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지역끼리의 교류나 통행도 필요 없게 된 것이지요.
저는 이 녹슨 기찻길이 윤나는 기찻길이 될 때, 진정 잘먹고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찻길이 반들반들 윤이 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세 가지가 거꾸로 되면 되겠지요. 첫째, 지역을 살기 좋게 하여 젊은 층의 지역 유입을 늘리는 일입니다. 두 번째, 자동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열 배 이상 높은 기차 통행량의 증대입니다. 세 번째, 지역 특산품의 생명력 부활과 지역 간 교류의 증대입니다. 이렇게 되면 잘살 수 있는 순리가 불 보듯 확실한데 세상은 그리 되기가 요원합니다. 그러니 안타깝습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kaci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