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 ‘썩은 사과’인가, ‘썩은 사과 상자’인가?
【조송원 칼럼】 ‘썩은 사과’인가, ‘썩은 사과 상자’인가?
  • 조송원 기자 조송원 기자
  • 승인 2023.08.18 11:15
  • 업데이트 2023.08.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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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사과 이론’(a bad apple theory)
‘썩은 사과 이론’(a bad apple theory) 이미지 [GPT4 그림]

우리는 ‘썩은 사과 이론’(a bad apple theory)을 체험을 통해서라도 알고 있다. 썩은 사과 하나가 사과상자 속 모든 사과를 썩게 하듯, 조직이나 공동체에 고약한 사람 하나가 전체를 망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의 적용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차라리 조직 자체의 부패를 감추기 위한 이론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썩은 사과’의 개인적 일탈일 뿐 조직 자체는 건강하다고 강변한다. 흔히 보는 ‘꼬리 잘라내기’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이는 ‘당신의 창문이 내 벽돌로 날아왔다’거나, ‘당신의 코가 내 주먹을 때렸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앞뒤가 뒤바꿨다. 곧, 썩은 사과 하나가 멀쩡한 사과를 썩게 하는 경우보다, 멀쩡한 사과가 썩은 사과 상자 안에 들어가 같이 썩어버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정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논란을 일으켰다.

아들 노건호 씨가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5년이나 수사를 질질 끌다가 벌금 500만 원 약식청구를 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고소 후 6년 만에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검찰 구형인 벌금형보다 훨씬 높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고, 반성까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진석은 국힘당의 하고 많은 ‘역대급 망언’의 주역들 중 하나이다. 작년 10월 비대위원장일 때,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이 아니라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고 SNS에 올렸다.

‘천박한 친일 역사인식’이라는 비판을 받자 정진석은 ‘논평에 대한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같잖은 변명이다. 1심 선고를 받고도 정진석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거나 뭐 마음에 상처를 줄 의도는 없었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심대하게 명예를 훼손하고 깊게 마음의 상처를 후벼 팠으면서도, 의도는 없었다? 상대의 고통에 전혀 무감각한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따위로 무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가!

국힘당이란 사과 상자에 전주혜 대변인은 새 사과에 속한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난 뒤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 위원으로 선임되어 입당했다. 그리고 2020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 판사 출신 국힘당 국회의원은 정진석 6개월 실형을 어떻게 논평했는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로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또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입니다.” “박 판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것으로 보이는 글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로 가득 차 있습니다. ‘노사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명예훼손 사건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가 일반적인데,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건 지나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비판에는 어디에도 법리적 해석은 없다. 정치 공세뿐이다. 어쨌건 전주혜 대변인이 정작 판사 시절에는 명예훼손 사건을 어떻게 판결했을까?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0년 기동부대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취지로 강연했다가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가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석방했다. 이후 2013년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전주혜 당시 판사는 징역 8개월로 형량은 소폭 감형했지만, 조 전 청창을 법정 구속했다.

이때 선고에서 전 판사는 조 전 청장이 진위를 엄밀히 확인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소모적인 혼란을 일으켰고, 끝내 반성도 하지 않았다며 30여 분간 질타하기도 했다. 전주혜 판사의 당시 항소심 선고를 두고 일부 보수진연 인사들은 좌편향적 판결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새 사과가 썩었는가, 상자 안의 사과 대부분이 이미 썩어 있었는가?

2021년 6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이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현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진 외교부 장관도 공동발의에 앞장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당시 의원총회에서 “일본 따위에게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따위’란 말로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이미 일본과 미국의 입김이 워낙 센 기구다. 원자력기구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그랬지만 상대방 주장을 넙죽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 된다. 단 한 방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랬던 국민의힘과 그 의원들은 지금 어떤가? 기가 찰 노릇이지만, 보수 정당이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식언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그 근본 원인은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계속>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