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99) 구름과 장미, 박인환
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99) 구름과 장미, 박인환
  • 손현숙 손현숙
  • 승인 2023.09.09 06:05
  • 업데이트 2023.09.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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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합강정의 박인환 시비

구름과 장미
                박 인환

 

 

구름은 자유스럽게
푸른 하늘 별빛 아래
흘러가고 있었다

장미는 고통스럽게
내리쪼이는 태양 아래
홀로 피어 있었다

구름은 서로 손잡고
바람과 박해를 물리치며
더욱 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장미는 향기 짙은 몸에 상처를 지니며
그의 눈물로 붉게 물들이고
침해하는 자에게 꺾이어 갔다

어느날 나는 보았다
산과 바다가 적막에 잠겼을 때
구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은 것을……

김수영(왼쪽)과 박인환
김수영(왼쪽)과 박인환

박인환의 시 〈구름과 장미〉를 읽었다. ‘소망출판사’ 2015.

박인환과 함께 여름 한 철을 보냈다. 시인 ‘이상’을 사랑하고. 죽은 자를 추모하는 글을 쓰고 삼일 후 불귀의 객이 된 시인. 시대를 앞질러서 아름답고 멀고 쓸쓸하고 슬펐던 사람. 

위의 시는 새롭게 발굴된 박인환의 작품이다. 구름은 무엇이고 장미는 무엇일까. 박인환의 〈구름과 장미〉는 천상과 지상의 무엇이 괴리되면서 서로 합치거나 스미지 못하는 것들을 이야기 한다. 누구는 하늘에서 또 누구는 지상에서 살거나 죽는다. 박인환의 〈구름과 장미〉는 자유가 현실이 될 수 없고 현실이 자유가 될 수 없는 전쟁의 참상을 처연하게 드러낸다. 

 

손현숙 시인

◇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sonhyunsu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