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는 사이
문현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고
햄릿은 고민했다는데
일이냐, 삶이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느라 헤맨다고 하는데
명품과 모조명품 A, B, C를 두고
저울질하면서 다리품을 판다는데
좌 클릭인지, 우 클릭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쓰레기 논쟁 더미 속에서
돋을 볕 시간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는데
이랬거나 저랬거나 모두
돌아가는 곳은
오직 거기
한 줌 흙의 고향으로
- 『문학청춘』, 2023년 가을 57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고 그 결과가 좋으면 운이 좋고 나쁘면 운이 나쁘다고 하지만 생사가 달린 판단이라면 정말 신중하고 절박하다. 유행가 가사처럼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는 좀 나은 상황이 된다. 세 갈래 길이지만 왔던 길은 익숙한 곳이므로. 세 갈래 길 위의 의사 결정도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
일에 치우치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니까 최적의 균형을 찾으려고 고민하고 충분한 재력이 안 되므로 소유욕을 충족해 줄 대체재를 찾느라 가장 근접한 모조명품을 구하기 위해 다리는 피곤을 견딘다.
가만 따져 보면 “쓰레기 논쟁 더미 속에서 좌로 갈지 우로 갈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세 갈래 길 위에서 ”시간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는 우리가 결국 ”돌아가는 곳은 오직 거기 한 줌 흙의 고향으로“ 라고 문현미 시인은 생에 대한 관조觀照를 담담히 시로 매듭지었다.
한 줌 흙으로 갔다가 피어나는 파란 이파리는 가까이서 보인다. 흙은 물상의 고향이다. 고향이 있어서 생애는 이어지는 것이다.

◇ 조승래 시인 : ▷경남 함안 출생,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 시집: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서 어류에 대한 보고서》, 《적막이 오는 순서》 외 ▷계간문예 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 수상 ▷단국대 겸임교수 역임(경영학 박사) ▷한국시인협회, 문학의 집 서울, 한국문인협회 이사,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
<chosr51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