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가치를 보수적 언어로 표현한 오바마, 그리고 안희정
진보적 가치를 보수적 언어로 표현한 오바마, 그리고 안희정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01.22 16:57
  • 업데이트 2017.0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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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가치를 보수적 언어로 표현한 오바마, 그리고 안희정

고별연설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합리적 진보주의자이자 철저한 민주주의자, 그러기에 더욱 멋있는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이틀 앞두고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오바마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아첨꾼이 아니라 회의론자여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한테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우리를 여기(백악관)로 보내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말이죠. 여러분들은 백악관을 더 잘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를 정직하게 만들었고,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언론과 예술인들을 적대시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아예 매장시키려 한 대한민국의 대통령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은가. 퇴임 직전 오바마의 지지율은 무려 60%를 넘었다. 그는 그야말로 성공한 대통령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퇴임하는 멋있는 대통령을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오바마의 정치적 소신과 새로운 미국에 대한 전망을 모색한 ‘담대한 희망’을 읽고 그의 매력에 푹 빠졌던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오바마의 성공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한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는 진보주의자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월스트리트저널보다 뉴욕타임즈 사설에 가깝다고 했다.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며 정부의 빈익빈, 부익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런데 그는 이 같은 진보적인 가치를 보수적 언어로 표현한다. 진보적 가치와 목표를 결코 과격하지 않게, 가능한 한 따뜻하고 온건한 언어로 상대를 설득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오바마는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층 유권자들까지 지지자로 만들었다. 단언컨대 이 점이야말로 오바마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은 물론 성공한 대통령이 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다.

진보적인 가치와 목표를 현실정치에서 성사시키는 데는 단순히 보수적인 언어로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숱한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힘, 바로 정치력이 필요하다. 오바마는 “진보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에는 아주 좁은 오솔길만 나 있다”고 했다. 진보와 정치를 양립시키는 그 좁은 오솔길에서 성과를 낸 오바마의 힘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력이었다.

오바마의 대표적인 정치적 성과로 꼽히는 ‘오바마 케어’는 6년간이 끈질긴 노력 끝에 2014년 시행됐다. 양극화 해소 같은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는 엄청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 소중하듯 상대방의 정치적 소신도 존중해야 한다. 바로 공감의 정치다. 진보주의자들은 자칫 자신의 소신, 진보적 가치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이에 반대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래서는 반대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오바마가 진보적 목표 즉 ‘오바마 케어’를 통과시키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한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

오바마는 기품이 있다. 그의 기품은 정치적 반대자들마저도 감동시킨다. 오바마 기품의 원동력은 관용이다. 2015년 6월 백인우월주의자가 저지른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의 영결식장에서 추모사를 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가해자인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행위에 분노하고 처벌을 천명하기보다 관용의 노래로써 증오와 슬픔의 바다를 용서와 화해의 물결로 바꾸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최고의 순간'이라고 보도했고, 시민들은 "오바마가 대통령인 게 자랑스럽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지 않은가. 국민 분열 위기를 ‘국민 대통합’으로 극적 반전을 이룬 것이다.

다시, 우리는 오바마처럼 멋진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까? 필자의 이 같은 소망과도 같은 질문에 한 페친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보내주었다. “가질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깨어 있다면.”

21일 포럼 희망한국 초청으로 부산롯데호텔에서 강연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19대 대선에서는 깨어 있는 우리 국민들이 오바마처럼 멋진 대통령을 뽑았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의 오바마’는 누구입니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들 중 문재인 전 대표의 19대 대통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문 전 대표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것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굳이 오바마형 리더를 고른다면 안희정 충남지사가 아닐까 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희정 지사가 진보적 가치를 보수적 언어로 표현하는 합리적 진보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안 지사는 오바마처럼 철저한 민주주의자이다.

21일 오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포럼 희망한국 창립강연회는 안희정 지사에 대한 ‘한국의 오바마’ 가능성의 일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른 아침(7시20분)에 시작된 강연회임에도 불구, 500석의 자리가 꽉 찼다. 문정수 전 부산시장의 표현을 빌면 ‘조찬모임으로는 부산항 개항 이래 최고 성황’이었다. 참석자들 중에는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안 지사가 오바마처럼 보수층도 좋아할 수 있는 합리적 진보주의자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방증의 하나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진보적 가치, 즉 사회양극화 해소와 시대교체, 세대교체를 강조하면서도 과격하거나 급진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온건하고 보수적 언어를 사용했다. 이를테면, 사회개혁과 대한민국의 세대교체를 말하면서 “산업화를 이끌었던 부모님 세대를 잘 모시고, ‘흙수저’와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우리 자식 세대를 잘 보살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안 지사는 또 상대를 포용하고 설득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한 국민통합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안희정 지사는 자신을 오바마에 견주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다음 대통령은 길거리에서 젊은이들과 농구배틀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합리적 상식에 기반해 대화가 가능하고 국민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안희정 지사는 마침내 22일 자신이 민주당의 적자로서 시대교체를 이루겠다며 19대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가 합리적 진보주의자로서 사회 개혁과 동시에 대한민국 통합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보적 목표를 구현해내는 정치력이다. 안 지사가 ‘한국의 오바마’가 될지 여부는 야권 대선주자로서 진보적 가치와 정치 사이의 좁은 오솔길을 찾아내는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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