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는 삶의 절박한 요구다
정권교체는 삶의 절박한 요구다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7.05.04 15:58
  • 업데이트 2017.05.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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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는 삶의 절박한 요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유세 현장. 열기가 막상막하다.

“잘 생각해보시라. 선거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조사 차 이명박을 잡아들이려 할 때 홍준표 25%라면 심상정 5%가 좋겠는가 15%가 좋겠는가?”

지난 2일 페북을 열었을 때 눈에 확 들어온 글이다. 포스팅한 사람은 정의당 열혈 당원으로 꽤 유명한 ‘페북 논객’인 이 모 교수였다.

‘어차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테니 안심하고 정의당 찍으라’는 권유였다. 물론 그 대상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 특히 민주당과 정의당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유권자들이겠다. 정의당 당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눈에 걸리는 대목이 있었다. ‘홍준표 25%’.

댓글을 달았다. “이 선생님, 가정이 한참 틀렸네요. 선생님이 보시기에 홍준표가 25%밖에 못 받을 것 같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40%는 받을 것 같습니다. 홍 40%에 심 15%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가는 겁니다.”

그러자 약간의 냉소적인 댓글이 금방 올라왔다. “그래요... 고민 많으시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본 정치웹진 인저리타임은 30일자에 “이젠 홍준표와의 승부 … 40%로는 안심 못한다”는 칼럼을 포스팅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최대 40%가량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의 득표를 25%로 가정하고 ‘문재인 후보는 어차피 될 거니 안심하고 심상정 찍으라’는 것은 ‘위험한 유혹(?)’으로 비춰진다.

이 교수와 가벼운 ‘페북 논쟁’을 한 지 하루 만에 비슷한 일을 또 겪게 되었다. 이번엔 꽤 유명한 소설가이자 필자의 신문사 선배인 강 모 교수가 심상정 후보를 공식 지지한다는 글을 페북에서 본 것이다.

강 교수의 글은 이랬다. “고심 끝에 심상정 찍기로 했다. 투표권이 생긴 이래 수십년 동안 나는 김대중과 김대중 계열의 후보만 찍어왔다. 진보 계열 정당에게는 늘 ‘다음에...’하고 미뤄왔던 터다. 이번 선거에서 내가 바라는 바는 문재인의 당선과 심상정의 두 자릿수 득표다. 만약 두 개가 충돌한다면 나는 이번엔 후자의 의미를 더 앞세울 테다.”

필자 역시 문재인의 당선과 심상정의 약진을 바란다. 하지만 두 개가 충돌한다면 ‘이번엔 후자의 의미를 더 앞세우겠다’는 강 교수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강 교수가 이런 결론을 내린 데는 문재인 후보 당선에 대한 확신이 선행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강 교수의 판단과 소신을 뭐라 할 바 아니나 내 판단과 생각을 전해주는 것 또한 자유다 싶었다. 댓글을 달았다.

“홍준표가 된다고 해도 말입니까? 홍은 40% 받습니다. 어차피 정권교체는 되었다고 여유투표를 하는 순간 돼지발정제 같은 X에게 권력을 갖다 바치는 꼴이 될 것입니다. 홍이 되면 선배는 당장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이고 저의 인저리타임은 폐쇄될 겁니다.”

댓글을 올리고 보니 ‘너무 정색을 했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금방 강 교수의 반박성 댓글이 왔다. “매양 그런 논리 땜에 진보가 희생 강요당했지요? 내가 그런 정도 모르는 사람은 아닐테니까. 자꾸 가르치려 들지 마시기를... 가르치려 들면 패권주의자 소리 들어요. ㅎ”

사실 필자는 민주당원도 아니고 더구나 문빠나 패권주의는 거리가 멀다.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정치웹진의 대표로서 정권교체만은 꼭 되어야 한다고 믿는 저널리스트일 따름이다. 페이스 북에서 정색을 하고 논쟁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겠다 싶어 “솔직히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조만간 쏘주 한 잔 하입시다”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하루 내내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다. 할 말을 꺼내다 만 것 같은 찜찜함이었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제친 ‘실버크로스’ 결과가 나오고 있고, ‘샤이 홍준표’가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주변(50대 중·후반)을 돌아보면 70~80%가 반(비)문재인인데, 그 와중에 진보 지식인들마저 너도나도 ‘이번엔 진보정당’하며 소신투표를 벼르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당신은 아무 말 마십시오-어차피 문재인이 될거니 심상정에게 소신투표한다는 분들에게’.

4일 아침 눈에 확 들어온 페북의 글 제목이다. 마치 어제 내가 하려고 하다 못다 한 말을 작심하고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30대 중반의 사회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먼저 경험하고 이명박근혜 정부를 겪었기에 (정권교체가) 절박하다고 했다. 그리고 무섭다고 했다. ‘우리는 노무현이 얼마나 비참한 모습으로 죽는지, 부정부패 세력들이 그가 죽은 자리를 어떻게 짓밟고 다니는지를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완전히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현재 1등이라 해서 안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른바 ‘샤이 보수’, ‘샤이 홍준표’가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1등에게 힘을 모아줘야 당선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비장하게 말한다. “그래도 문재인이 될 거 같으니 소신투표로 심상정을 뽑겠다는 분들은 소신투표 하십시오. 단, 소신투표하면서 정권교체는 바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정권교체에 실패해서 박근혜가 사면되어도,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도, 위안부 합의가 재협상되지 않아도 당신은 아무 말 마십시오”라고 했다.

글쓴이는 정권교체를 ‘삶의 절박함’이라고 표현했다. 충분히 공감한다. 국제신문 논설위원실 재직시절 칼럼과 사설로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를 여러 차례 비판했다. 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중단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랬더니 홍 지사는 그 보복으로 경남도청에 들어가는 국제신문을 모조리 끊어버리고 우리 기자의 도청기자실 출입을 금지시켰다.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와 언론사를 줄줄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손배소를 청구했다. 선거기간 중 홍 후보가 “언론사 2개 없애겠다”는 말을 결코 그냥 흘려들을 수 없다. 그가 정권을 잡으면 제2의 언론통폐합을 단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 정권교체는 삶의 절박한 요구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적폐를 청산하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개혁을 다 이루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친박을 포함한 보수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것이고, 안철수 후보 말 맞다나 5년 내내 싸우느라 세월 다 보낼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믿는 게 있다. 언론통폐합 같은 무자비한 언론탄압은 없을 것이고 민주주의와 인권은 지금보다 훨씬 고양될 것이라는 것. 영원한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에겐 필요충분조건은 못될 지라도 적어도 필요조건은 충족되는 셈이다.

정의당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치는 삶이다. 정권교체는 삶의 절박한 요구다."